‘해피투게더4’, 역대급 졸속 개편을 어찌할 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은 점점 TV속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 장수 예능 <해피투게더>의 새로운 시즌을 보며 받은 인상이다. 11년간 달아 온 시즌3의 간판을 뗀다고 했을 땐 정말 이제는 대대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더 커진 웃음과 감동으로 돌아온다고 호언할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더니 <해피투게더> 사상 가장 변화의 폭이 적은 개편으로 돌아왔다. 체감되는 유일한 변화는 유재석의 옆에 박명수가 없다는 정도다.

<해피투게더4>를 이야기하면서 유재석을 언급하는 건 특유의 진행 스타일과 시스템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예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타이트한 정장처럼 시즌이 바뀌든,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든, 새로운 채널에 도전하든, 늘 한결 같은 전형적인 모습과 특징이 있다. 특이점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움이나 일상성을 중시하는 요즘 예능의 흐름과는 조금 동떨어져, 리얼버라이어티 이전의 TV 시대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이상이 없다. 출연 중인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길거리로(<유퀴즈온더블로>), 야외로(<해피투게더4>, <범인은 바로 너>, <런닝맨>), 즉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서 활약을 펼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 속의 구조와 돌아가는 시스템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중심에 유재석이 자리를 잡고, 망가지거나 당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역할을 맡아줄 파트너(서브MC)를 곁에 둔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정서적 접근이나, 편집을 통해 웃음을 직조하는 오늘날 예능 작법보다는 대형을 갖추고 그의 지휘 하에 촬영장에서 웃음의 기승전결이 완결되길 선호한다. 그리고 그와 또래 동료들이 가장 활발히 활약하던 2000년대를 예능계의 벨 에포크 시대로 생각하는 듯하다. ‘감자골’이나 <여걸식스> 등 추억 에피소드를 나누는 데 특히 적극적이다.



웃음은 화학공식과 같다. 에피소드 토크를 통해 게스트의 캐릭터를 만들고, 중간중간 서브MC들을 활용해서 뽑아낸다. 부분 전술로는 외모 비교, 의도적인 하대 등 몇 가지 루틴이 있다. 뉴이스트W 종현, 워너원 황민현 등처럼 아이돌을 서브MC의 비교대상이자 호감 요소로 곧잘 활용하는 편이다. 유재석 특유의 능수능란한 지휘는 여전하지만, MBC연예대상에 빛나는 전현무도 수동적인 감초 역할과 리액션 머신으로 머물게 만든다. 그만큼 뚜렷하고 전형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쇼버라이어티의 전형적인 문법을 뒤틀고, 일상과 가상(방송)을 혼재해 친근감을 높이고, 수직계열화된 출연진의 관계망을 뒤흔든 생생한 캐릭터쇼로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꾼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란 점이다. 오늘날 예능이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무한도전>의 유재석은 오히려 지금, 예전의 쇼버라이어티의 방식을 고수하며 웃음 사냥에 나선다.

다시 <해투4>로 돌아가 보자. 가장 큰 변화는 앞서 언급한 박명수의 하차와 함께 스튜디오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촬영지의 변화는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꽤나 중대한 사안이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하등 상관이 없다. 어차피 모처에서 유재석을 중심으로 대형을 짜고 앉아서 토크를 벌이기 때문이다. 그 지붕이 방송국의 것이든 어디 카페의 것이든 보는 입장에서는 똑같다. 밖으로 나간 이유가 섭외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당혹스런 이유다. 이미 <섹션TV 연예통신>, <연예가중계>, <한밤의 TV연예>이 십 수 년 전부터 하고 있던 일이다.



연예인의 집 안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반전 매력을 지켜보는 세상에 토크쇼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웃음과 감동을 만들겠다는 건 새삼스럽다. ‘방송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음을 시청자들은 너무나 잘 안다. 1회에서 한지민이 보는 것과 달리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야식을 반기는 털털한 면모는 이미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박슬기와 횟집에서 인터뷰하면서 보여줬던 장면이었다. 동창회 콘셉트로 방송한 <여걸식스>편의 출연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너무 그립고 함께한 추억이 많아서 보고 싶었다면 지난 10여 년간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살면서도 연락 없이 지내다 왜 굳이 카메라 앞에서 해후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획의도, 캐스팅, 코너의 신선도, 토크의 수준 등등 여러 측면에서 졸속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사실상 <해투4>의 변화에 대해 별다른 논의의 여지도 없다. 한지민에게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현영과 이혜영 등에게 한창 시절의 에피소드를 요청해 듣고, 강수정에게 여전히 ‘남편 재벌 2세설’ ‘해외 도피설’에 대해 묻는다. 개인기를 요구하고, 상황극 꽁트를 펼치고, 게스트들의 다양한 연예계 인맥에 굉장히 놀라워하며 더 꺼내놓길 부추긴다. MC들의 질문을 게스트가 평가하는 코너나 지인들을 통해 숨겨둔 매력을 드러내는 에피소드, 영상 편지를 변주한 코너, 저주파 마사지기의 등장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 듣던 시절 예능의 리바이벌이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해투4>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콘셉트는 복고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최정상 MC가 그 안에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의 역량과 존재가 이 프로그램을 돌아가게 하는 엔진이자 시스템이다. 오늘날 예능은 방식과 포맷의 차이가 있을 뿐, 코미디에서 우리네 삶과 맞닿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진화하고 있다. 일상성과 진정성이 예능의 최고덕목이라고 꼽히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10년 전부터 본격화된 흐름이고, 유재석은 그 주역이었다.

<해투4>가 프로그램의 간판을 그리 황급히 바꾼 이유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간판만이 아니라 간판스타의 스타일 변화 또한 필요해 보인다. 껍데기가 아무리 바뀌어도 엔진이 늘 같다. 장소가 어디든, 누가 출연하든 지금의 구성과 구도로는 새로운 그림과 추구하는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없다. 만약 지금처럼 정해진 틀과 계산된 합으로 웃음을 이끌어내길 고수한다면 시즌10까지 변화를 모색하더라도 크게 달라지긴 어려워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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