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매력’, ‘최고의 이혼’, 이 자잘한 일상드라마가 소중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의 에피소드를 들여다보면 참 소소하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는 멜로드라마에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재벌2세가 없고, 신데렐라도 없다. 일단 남녀주인공의 직업이 형사와 헤어디자이너다. 굉장한 로망을 주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우리 옆에 있을 것만 같은 현실 직업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가꿔나가는 사랑이야기도 대단한 ‘희대의 극적 멜로’ 같은 게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지극히 소소하지만 각자 개인들에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그 사랑을 이 드라마는 그려내고 있다.

이를테면 이들의 사랑이란 운명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잡지사 인터뷰를 하는 날 늦잠을 잔 영재(이솜)를 오토바이를 타고 온 준영(서강준)이 굳이 인터뷰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데서 느껴지는 감정들이고, 생일날 오해와 소심함 때문에 빚어진 갈등을 술에 취한 준영이 그 술기운에 “미안하다”고 연거푸 말하는데서 느껴지는 진심의 따뜻함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영재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준영이랑 있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 편안함과 일상적인 것의 고마움을 나는 왜 더 표현하지 못했을까.’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인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도 그런 점에서 보면 <제3의 매력>과 비슷한 면들이 있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 역시 거대하거나 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혼이라는 엄청난 선택은 일상의 자잘한 일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생겨나는 문제들로 그려진다.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던 것처럼 보이던 석무(차태현)와 휘루(배두나)는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그간 쌓여져 있던 상대방의 상처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늘 내쉬던 한숨이나 휘루의 꿈이 동화작가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무시했던 석무는 뒤늦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던가를 깨닫는다. 또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 유영(이엘)이 “헤어진 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석무는 그 이면에 자신도 모르게 유영의 꿈을 처참하게 짓밟고 상처 줬던 일들을 듣고는 그제서야 그 상황을 납득하게 된다. 즉 <최고의 이혼>이 담아내려는 건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건 오히려 일상의 자잘함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 여기며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중대한 것들인가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3의 매력>이 하려는 일상의 이야기와 맞닿는 지점이 생겨난다.



최근 드라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 많은 드라마들이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다 보니 더더욱 극적인 상황들로 치닫는 경향이 생겨난다. 자극은 더 큰 자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극적 상황은 더 큰 극적 상황으로 커져간다. 비현실적 판타지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이어지는 건 퓨전의 새로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극의 중첩을 위한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 <제3의 매력>이나 <최고의 이혼> 같은 소소한 일상드라마가 더더욱 소중해 보인다. 물론 소소한 만큼 시청률은 둘 다 3% 정도(닐슨 코리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수치가 이들 드라마의 가치를 대변하는 아닌 것 같다. 현실적인 삶 속에서 깨닫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이 거대 담론 속에서의 허황된 판타지보다 훨씬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면이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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