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개의 별’·‘최고의 이혼’, 완성도 높은데 반응 크지 않은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최근 일본드라마 리메이크가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월화에 편성된 KBS <최고의 이혼>은 우리에게 <마더>(역시 리메이크된 일드다)로 익숙한 사카모트 유지의 작품이고,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기타가와 에리코의 작품으로 기무라 타쿠야의 팬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명작이다.

물론 원작이 리메이크작의 완성도를 완전히 담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이 리메이크작들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최고의 이혼>은 일상 속에 담겨진 자잘한 사건들이 어떻게 이혼 같은 큰 선택들을 하게 만드는가를 특유의 촘촘한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갑자기 이혼 통보를 하고 그래서 이혼을 하게 되지만, 그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게 되자 비로소 그 이혼의 이유를 알게 된다. 만일 이런 이혼의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그 이혼은 어쩌면 진짜 사랑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최고의 이혼>이라고 말한다. 그 반대편에 존재하기도 하는 그저 버텨내며 살아가기만 하는 최악의 결혼을 상정해보면 어째서 이혼이 ‘최고’가 되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을 게다.

그런데 이처럼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캐릭터들도 살아있으며 하려는 메시지도 참신한데 시청률은 3% 남짓(닐슨 코리아)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뭘까. 물론 많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일본드라마 특유의 정서적 장벽이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 드라마에서 강휘루(배두나)가 갑자기 조석무(차태현)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그 이유를 뒤늦게 밝히는 장면이나, 과거 조석무의 첫사랑이었던 진유영(이엘)이 헤어지면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고 그 이유를 뒤늦게 토로하는 장면은 극적이고 흥미롭긴 하지만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물론 사람에 따른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우리네 드라마들은 어떤 잘못된 일이나 오해가 만들어지면 그 때 그 때 속내를 털어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속내를 그 때 이야기하지 않아 어떤 오해가 발생했고 그것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다면 오히려 그 때 그 속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드라마들이 그려내는 세계를 보면 정반대다. 오히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수하는 걸 어떤 미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건 일본인들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다른 지점이다.

이장현(손석구)이 그렇게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다녀도 아내인 진유영이 이를 모른 채 감수하는 대목도 역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이한 캐릭터로 볼 수도 있지만 거기에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선이 있을 게다. 이런 작지만 결코 간과하기 어려운 정서적 차이는 드라마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도 사실 잘 들여다보면 이러한 ‘드러내지 않는 속내’라는 정서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스터리한 인물로 상정되어 있지만 김무영(서인국)이라는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그는 과거 유진국(박성웅)과 얽힌(어쩌면 유진강(정소민)과도 관계되어 있는) 사건을 겪었고 다소 의도적으로 이들에게 접근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인물은 백승아(서은수)에게 접근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유진강에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국 사고로 백승아가 사망하게 되고 김무영과 유진강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하다. 이 김무영은 도대체 어떤 속내를 감추고 있는 걸까. 물론 이 부분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동력이긴 하지만, 우리네 정서에서 보면 너무 감춰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6부작의 절반인 8부가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속내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은 일본드라마가 가진 매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네 드라마를 시청해온 시청자들에게는 정서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사실이다. 완성도는 높지만 생각보다 시청률이 낮고 반응도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건 그래서 리메이크 과정에서 이 정서적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변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그 한계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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