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선녀전’, 웹툰은 웹툰이고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엔터미디어=정덕현] 계룡산에 갔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선녀다방. 이상한 제목의 커피를 시켰는데 사발에 담아온 커피에 초파리가 들어간 걸 보고는 정이현(윤현민)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화를 낸다. 그러자 커피를 가져온 선녀 선옥남(고두심/문채원)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 “원래 과일도 벌레 든 것이 가장 맛있는 법.” 그 말을 들은 정이현이 버럭 화를 내자 선옥남은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커피는 커피이고 과일은 과일이로다.”

새로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에 들어간 이 짧은 장면은 이 드라마가 가진 엉뚱한 전개를 압축해 보여준다. 드라마는 거두절미하고 계룡산에 있는 김금(서지훈)의 집에 정이현이 함께 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가면서 계속 엉뚱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선녀다방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난 그들은 같은 자리를 빙빙 돌다 어느 곳에 머물러 계곡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목욕을 하는 선옥남이 할머니에서 젊은 처자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정체를 들킨 그가 갑자기 공중부양을 하더니 자신들을 때려눕혀 기절하게 된다.



이것이 <계룡선녀전>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거기에는 어떤 그럴 듯한 개연성을 찾기가 어렵다.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전개가 연달아 벌어진다. 갑자기 할머니가 젊은 처자로 바뀌는 것에 대해, 또 그 할머니가 정이현의 오줌발 소리를 듣고 그가 699년 전 헤어지게 된 나무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나, 무작정 정이현을 찾아 상경한 할머니가 정자에서 비둘기떼를 불러 이불삼아 잠을 청하는 장면은 한 마디로 뜬금없다.

워낙 이야기가 과장되어 있고, 전개도 갑자기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고두심 같은 연기공력을 가진 배우가 하는 선옥남 연기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개연성을 전혀 쌓아가지 않는 이야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라면 고두심이 아니라 그 어떤 연기베테랑이 와도 몰입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CG로 들어간 판타지 장면들도 너무 실사와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아 이야기를 더 붕 뜨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CG로 만들어진 점순이(강미나)의 고양이 캐릭터는 그래서 가뜩이나 현실감 없는 이야기에 더더욱 비현실적인 느낌만을 더해준다. 갑자기 화초를 살려내고 비둘기떼를 불러 이불처럼 덮는 그런 장면이나, 첫 시작부터 불안하게 만들었던 목욕하던 선녀들의 공중부양 장면 같은 어설픈 CG는 제 아무리 B급 코드로 봐주려 해도 쉽지가 않다.



웹툰 원작인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된다고 했을 때 많은 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바로 그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캐릭터들이 과장되어 있고, 이야기도 어떤 개연성을 쌓기보다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전개로 흘러가고, CG 같은 연출적 요소도 안정감을 주지 못하니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 자체가 몰입이 되지 않는다.



웹툰으로서는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됐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어떤 무게감이나 개연성의 코드 같은 것들이 중요한 시청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저 앞에서 얘기했던 어느 산 속에서 우연히 찾아간 다방에서 내놓은 이상한 제목의 커피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심지어 초파리가 빠져 있지만 “본래 과일도 벌레 든 것이 가장 맛있다”며 내놓는 그런 커피 같은. 하지만 커피는 커피이고 과일은 과일이듯이 웹툰은 웹툰이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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