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변화 노력해도 체감되지 않는 이유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요즘 ‘나는 가수다’가 정체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적지 않게 변화를 주고 있다. 이를 시청자들이 잘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나가수’는 1차경연과 2차경연 사이에 있는 중간평가가 골치거리였다. 시청자들은 중간평가를 볼 필요가 없었다. 2차경연에서 부를 노래를, 그것도 “편곡이 덜됐다”며 감질나게 조금만 보여주는 노래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 다음주에 완성된 곡을 들으면 되지 굳이 미완성곡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몇가지 장치를 집어넣었다. 중간평가에 나가수 매니저들이 대결하는 개그맨 산울림 가요제를 열었다. 김신영은 산울림의 노래인 ‘어머니와 고등어’를 셔플댄스와 함께 선보여 볼거리를 제공하며 1위에 올랐다.
 
또 중간평가에 아예 전설(레전드)의 가수를 초청해 ‘나가수’ 출연자들의 노래를 듣고 소감과 평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얼마전 조용필 노래를 리메이크할 때 조용필을 초청했지만 좀 더 체계를 갖추는 듯했다.
 
전설의 가수는 아예 2차평가때도 ‘나가수’ 출연자처럼 참가했다. 김창완은 밴드 멤버들과 함께 대기실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리액션을 보여주었고, 7명의 가수 노래가 끝난 후에는 김창완 밴드가 자신의 특별한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몇몇 출연자들은 자신의 노래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자우림은 10라운드 2차경연인 11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주문을 걸 듯이 불러 ‘나가수’의 실험 담당이 됐다. 이를 들었던 김창완은 “내가 노래를 귀로 들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인순이도 이날 탈락했지만 ‘청춘’을 뮤지컬 처럼 불러 실험정신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노력이 잘 감지되지 않은 것은 캐스팅 논란과 노후화된 분위기에 있다. 1차에서 2위를 했지만 2차에서 7위에 그친 적우는 자문위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주부가요열창 분위기가 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적우를 적극 추천한 사람으로 알려진 장기호 자문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우 비난의 화살 나에게도 오다”라는 제목으로 “(적우의 기용에)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출연자 결정은 절대적으로 프로듀서의 결정이다”는 글을 올려 자신은 가수 섭외와 무관함을 알렸다. 이에 신정수 PD도 “가수의 출연 결정은 제작진이 한다”면서 “‘음악여행 라라라’ 등에서 적우의 특이한 목소리가 좋아 그의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가수’에서 노래로 의심을 받는 가수가 이를 극복하는 길은 노래뿐이다. 적우는 11라운드에서 노래로 캐스팅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그래서 11일 경연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어난 난조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적우는 11일 경연에서 가창력이 기대 이하였고, 선곡도 자신과 맞지 않았다. 몸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이를 감안한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거의 쓰러질 정도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노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가수’는 캐스팅이 만사다. 김경호 정도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를 캐스팅 하면 문제가 없다. ‘나가수’가 캐스팅 논란에 빠져 있으면 다른 장점과 노력들이 모두 묻혀버린다. ‘나가수’ 분위기를 다시 살리려면 적우가 캐스팅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이와 함께 ‘나가수’가 초기에 비해 많이 노후화된 느낌이 나는 것도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가창력이 있는 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여전히 좋은 반응을 낳지만 나이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서로 상찬하는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다. 31살인 윤민수조차도 나이 든 분위기가 난다. ‘나가수’는 전반적으로 노쇠한 느낌이 든다. 자신들끼리 계속 긴장하고 엄살을 부리는 ‘자뻑’ 분위기다.
 
반면 ‘불후의 명곡’은 젊은 가수들의 즐거움이 살아나 보기에 부담이 없다. 가수 대기실에서는 빵을 앞에 놓고 김구라가 경연이지만 예능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있다. 효린에 이어 알리라는 스타가 탄생했고 허각과 신용재는 조금씩 쌓아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허각은 강민경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러브라인까지 만들었다. ‘나가수’도 분위기를 좀 더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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