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마동석표 사이다 위한 고구마 백 개 식상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사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동네사람들>인지 잘 모르겠다. 포스터 속 제목 앞에 작게 붙여진 “누구도 믿을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달렸지만, 그 수식어를 붙여 읽어 보면 역시 너무 설명적이다. 거기에는 어떤 메타포도, 사건 하나를 두고 우리 사회 전체를 통찰하려는 노력 같은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포스터 한 가운데 떡 하니 늘 그런 표정으로 서 있는 마동석이 주목될 뿐이다. 어쩌면 이건 지금 현재 이른바 충무로에서 흘러나오는 ‘마동석표 액션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흔히들 ‘마동석 자체가 장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이 장르는 식상해졌다. 어떤 영화를 봐도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는 비슷비슷한 이야기구조를 반복한다. 무언가 엄청난 힘을 가진 자들이 무고한 이들을 위협하고 처음에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가던 그가 결국 당하는 그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나선다. 주먹 하나가 날아갈 때마다 마치 펀치볼처럼 날아가는 악당들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결국은 이 마동석표 액션 영화가 보여주는 궁극의 장면이다.



<동네사람들>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적으로 상정되는 이들이 한 동네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악의 카르텔이고, 그 적에게 당하는 존재들이 여고생이라는 설정이 서고 나면, 전직 복서였으나 사고를 친 후 지방의 한 여고에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한 기철(마동석)이 해야 할 일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들이다.

사라진 여고생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동네와 그 곳에서 유일하게 그를 찾아 수소문을 하고 다니는 그의 친구 유진(김새론)의 대결구도는 그 무게중심이 동네의 권력자 쪽으로 한참 기울어 있지만, 여기에 유진을 걱정하는 기철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그 중심축이 균형을 이뤄간다. 그리고 결국 터져버리는 분노는 저들을 향해 날아가는 마동석의 그 큰 주먹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일종의 사이다처럼 여겨지는 마동석의 액션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보는 이들의 갈증을 유발하는 답답한 현실의 고구마 백 개를 먼저 삼켜야 한다. <동네사람들>은 전체 99분 분량에서 거의 3분의 2 분량을 고구마로 채운다. 그래야 나머지 3분의 1 동안 기다렸던 관객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마동석 사이다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 퍽퍽하고, 그 결과 또한 너무나 뻔하게 예측 가능하며, 그래서 그대로 흘러가다 드디어 등장하는 사이다는 그다지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마동석은 꽤 많은 영화에 조역부터 주연으로 등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범죄도시> 같은 영화로 주연을 꿰차기 시작하면서부터 똑같은 캐릭터가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마동석 주연의 영화라고 하면 어느 정도 그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고, 실제로 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적당한 코미디와 특유의 폭발적인 액션 여기에 의외로 순수한 모습을 담아 가족의 의미를 더해놓은 정도가 마동석이 늘 그리던 캐릭터고, 그를 세우는 영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공식들을 채용한다. <동네사람들>은 너무 뻔해진 그 공식이 이제는 그리 시원한 사이다가 되지 못하게 됐다는 걸 보여준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마동석이라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대중들이 소비하고 싶지 않은 식상함에 빠져버릴 지도 모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동네사람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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