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직장인들이 공감할 백진희의 타임루프

[엔터미디어=정덕현] 하루하루가 똑같다? 아마도 KBS 새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에 등장하는 이루다(백진희)의 타임루프를 보며 직장인들은 공감했을 지도 모르겠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상사의 지청구에 매일 같이 퇴사를 생각하고 이직을 떠올리면서도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거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직장인들의 삶. 그것이 타임루프와 뭐가 다를까.

<죽어도 좋아>에서 이루다는 이름처럼 진상인 직장상사인 백진상(강지환)과 타임루프로 연결되어버린다. 그가 죽으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 입만 열면 막말을 일삼고 팀원을 달달 볶는 상사에게 “죽으라”고 혼자 저주를 퍼붓는 일이 실제로 그를 죽게 만들고, 그렇게 되면 그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설정은 직장인들이 매일 같이 겪는 힘겨움과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죽어도 좋아>는 그래서 갑질 하는 상사가 계속 코믹하게 죽는 상황들을 통해 직장인들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내주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차에 치어 죽고, 맨홀에 빠져 죽고, 벽시계가 떨어져 죽으며, 공분을 일으키는 인사평가 발표를 하는 도중 마이크에 감전사를 당하기도 한다. 상사가 계속 죽는 코믹한 상황의 카타르시스.

하지만 백진상이 죽게 되는 원리를 이루다는 알아내야만 그 반복되는 하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원리는 자신만이 아니라 누군가 그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상황이 생기면 실제로 죽게 된다는 것. 그러니 이루다가 자신이 빠질 수도 있는 타임루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백진상이 진상짓을 하지 않게 만들어 누군가의 저주를 받지 않게 하는 일이다.



여기서 이루다라는 부하직원과 백진상이라는 상사 사이의 기묘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반복을 벗어나기 위해 이루다는 백진상을 ‘갱생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백진상을 살릴 수 있는 이루다라는 설정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권력관계를 역전시킨다. 그것은 또한 자신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좋은 일을 계획한다고 해도 백진상이 죽어버리면 그 좋은 일이 벌어질 내일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기묘한 관계를 통해 <죽어도 좋아>는 그 코미디적인 설정을 만들어내면서도, 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상사가 바뀌어야 미래도 온다는 것. 매일 같이 똑같은 지겨운 직장생활에서 그것을 벗어나게 해주는 건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관계를 살만하게 바꾸는 일이다.

웹툰 원작의 그 느낌 그대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는 백진희와 강지환의 하드캐리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 드리워지는 은유적인 메시지는 직장인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과연 이루다는 백진상을 어떻게 갱생시켜 보다 나은 내일의 직장생활을 가능하게 만들까. 직장인들의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타임루프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그려내는 <죽어도 좋아>의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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