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각시별’, 장애의 다름은 어떻게 공유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게 진짜 나예요.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이에요. 이런 나라도 괜찮겠어요?”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 이수연(이제훈)은 드디어 한여름(채수빈) 앞에 감추던 실체를 드러냈다. 웨어러블이 장착된 몸을 보여준 것. 그 행동은 이수연에게는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사고로 남들과는 특별한 몸을 갖고 살아가게 된 이수연은 그 ‘특별함’을 숨기며 ‘보통’의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그 ‘특별함’이란 ‘장애’의 다른 말이기도 했다.

그는 드디어 한여름 앞에서 그걸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제는 너에게 진실해져야할 시간’이라 말한 건 그래서였다. 그 진실과 인정만이 한여름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이수연이 자신의 실체를 한여름 앞에 드러내면서 이 드라마는 하려는 이야기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것은 장애에 대한 것이고, 그 불완전함에 대한 것이다.

이수연의 첫 등장에서 우리는 그가 초인적인 괴력을 가진 존재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한 손으로 날아오는 차를 막고, 쇠몽둥이를 구부러뜨리며,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을 구하는 모습은 슈퍼히어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초인적인 괴력의 실체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가 착용한 웨어러블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건 ‘장애’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이 장치는 오작동을 일으키고 심지어 이수연의 몸에 이상 징후까지 만들어낸다.



이수연이라는 웨어러블에 의지하고 있는 장애를 가진 존재를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과 연결해 확대 해석한다면, 그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가 될 수도 있을 게다. 날지 못하는 존재가 날기 위해 비행기를 만들고, 그 비행기가 날아가는 공항이 세워지고 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 또한 갖고 있는 공간. 인간의 기술이란 어찌 보면 할 수 없는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 진화하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한계도 존재한다는 것. 이수연이란 장애를 넘어서기 위해 특별해진 존재가 그러하듯이.

하지만 이수연이 원한 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엄청난 특별함에 대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특별함’이었을 뿐이었다. 혼자 살아갈 때는 그래서 그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여름 같은 또 다른 존재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실체와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한여름이 “사랑해요”라고 말했을 때 그 실체를 새삼 고백한다. 자신은 사실 장애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난 장애인이에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하지만 한여름은 그런 이수연에게 자신 또한 장애인이라고 말한다. “알고 보면 나도 장애인이에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피해의식 쩔고 자의식도 부족하고 자기연민과 세상에 대한 투정 구차한 변명과 실속 없는 ‘노오력’만 하는 관계불안증후군에 만성열등감까지 마음속의 장애가 너무너무 많은 사람이라고요. 이런 내가 정말 괜찮겠어요? 이수연 씨한테?” 그러자 이수연은 또 다시 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그 답변을 한다. “이런 나여도 괜찮다면요.”

결국 우리 모두는 장애를 가진 존재가 아닐까. 누구든 삶은 늘 불완전하고 결국은 끝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 장애를 가진 우리들은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발명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초인적인 힘을 얻어내기도 하지만 그런 ‘노오력’보다 우리를 더 살아가게 하는 건 서로가 서로를 똑같은 장애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며 껴안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우각시별>의 이수연과 한여름이 말하고 있는 장애란 그런 것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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