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범’, 만일 전편을 못 봤거나 해리포터를 모른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는 전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을 봤던 분이라면 당연히 기대작이다. <해리포터>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개한 바 있다. 신비한 동물들을 구조해 갖고 다니는 마법공간이 있는 신기한 가방은,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매혹적인 세계로 우리네 관객들도 빠져들게 만들었다.

<신동범>은 그 <신비한 동물사전>의 후속편으로 마지막에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든 옵스큐러스(마법의 힘을 통제하려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어둠의 힘)로 변한 크레덴스와, 그를 조종해 온전한 순혈 마법사들의 세계를 만들려했으나 마법사들의 연합공격으로 붙잡힌 그레이브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레이브스가 바로 그란델왈드(조니 뎁)라는 게 전편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고, 그래서 그렇게 붙잡힌 그란델왈드가 탈옥해 벌어지는 사건이 <신동범>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그 신비한 세계의 발칙한 상상력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신동범>이 그만한 만족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낯선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데 있어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다섯 편이 예정된 작품이고 그 중에 2편으로서 전체 이야기의 연결부분인 게 사실이지만, 영화는 그래도 그 편마다의 완결성이 있어야 하고, 그 한 편만 보고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신동범>은 전편인 <신비한 동물사전>을 봤던 관객도 사실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고, 그 인물들이 왜 저런 대립구조를 갖게 됐는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그란델왈드라는 인물이 탈출을 하고 그가 파리로 와서 크레덴스라는 인물을 포섭해 그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하며, 호그와트의 마법사인 덤블도어(주드 로)가 스캐맨더에게 그걸 막아 달라 부탁하는 과정들이 전개되지만 이런 세계관에 대한 ‘친절하진 않아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설명들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전편을 보지 못했거나,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어떨까. 사전지식 없이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게다가 새로운 인물들이(그것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름으로 불리는)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누가 누구인지, 또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가 헷갈리게 된다. 제 아무리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화려한 CG가 있다고 해도 이야기와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으면 그저 표피적인 장면의 즐거움 그 이상을 경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신동범>이 갖고 있는 취약점은 전편과 달리 그 핵심이랄 수 있는 ‘신비한 동물들’의 역할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편은 스캐맨더의 가방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벌이는 사건들과, 나중에는 그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 이 작품만의 독특한 재미가 바로 그 신비하고 귀여운 동물들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동물 이야기보다는 마법사들의 대결이 더 전면에 나와 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란델왈드의 범죄>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신비한 동물들’은 잘 안보이고, ‘그란델왈드의 범죄’만 이야기된 느낌이랄까.



해리포터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라면 그럭저럭 이해될 수 있을게다. 하지만 전편이 재밌었다는 소문으로 무심코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도무지 이게 뭔 이야기인가 황당해할만한 영화다. 제 아무리 시리즈 영화라고 해도 그 편 자체가 저마다의 볼거리와 완결성을 갖지 않는다면 새로운 관객의 유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신동범>은 오히려 전편이 만든 기대감마저 꺾어버린 안타까움을 남긴다. 이렇게 해서 후편을 또 기대할 관객이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란델왈드의 범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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