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나인틴’, MBC가 진부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게 더 뼈아프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가 지난 3일 토요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제목은 <언더나인틴>. 팬덤 현상이 남다른 남자 아이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제목 그대로 오직 10대 청소년 참자가 57명을 대상으로 보컬, 랩, 퍼포먼스로 파트를 나눠 경연을 벌인다. 13~15세 참가자 주축인 만큼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보다 평균 연령대가 낮아졌지만, 최종 9명을 선발해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점에서 익숙한 포맷이다.

그런데 벌써 14부작 중 3회까지 진행됐으나 이 프로그램에 관련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고민이 될 만큼 혹독한 무관심 속에 머물러 있다. 시청률은 1%대이고 화제성은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말 지상파 프라임타임에 방송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기이한 성적이다.

<언더나인틴>은 낮아진 참자가의 평균연령과 크러쉬, 솔지 등 젊은 멘토단으로 신선한 볼거리를 마련하고 낮은 순위의 참가자가 높은 순위 참가자의 파트를 빼앗는 ‘저지먼트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긴장감을 높인다. 그러나 사실 새로운 볼거리는 없다. 비단 <언더나인틴>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듀스 101>부터 시작해 <프로듀스 48>까지 지난 2년간 무려 7편의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 서바이벌이 이름만 다를 뿐, 테마곡 발표, 대규모 인원을 위한 계단식 무대, 교복 패션, 유명 안무가나 작곡가가 등장하는 식의 기획사 내부 시스템 엿보기 등 이른 바 엠넷이 창조한 아이돌 서바이벌쇼의 세계관 속에서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엠넷이 아니면 프로그램 내의 성장 스토리가 실제 성공적인 데뷔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현실도 목격했다. KBS2 <더유닛>는 KBS 정도의 방송사가 물심양면 힘썼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고, <믹스나인>의 YG와 JTBC처럼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서바이벌쇼인 것처럼 진행하고 방송 후 일방적으로 데뷔를 취소해 연습생들과 시청자를 우롱하는 기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해서 시청자들, 아이돌 팬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데뷔 이후의 확실한 신분 보장이나, 지금껏 봐왔던 세계관을 뛰어 넘는 새로운 설정 없이 오로지 방송을 통해 출연자의 재능과 스타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은 너무 순진하다. <언더나인틴>은 시기적으로도 <프로듀스48>이라는 메인이벤트 다음 무대에 서게 됐고, 정작 방송도 아이돌 팬덤의 심리와 아이돌 서바이벌쇼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 고려하지 않은 듯 심심하다.

아이돌 콘텐츠는 방송 제작 과정에서부터 적절한 미디어플래닝이 이뤄져야 한다. 런칭을 앞두고는 연예매체에 보도자료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본방송만큼이나 티저영상을 만들고 출연자 개인 소개 영상과 연습 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이슈를 만들어 ‘입덕’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돌 경연 서바이벌이 TV보다 모바일이 가까운 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삼는 만큼 방송 제작의 개념이 본방송 편집을 넘어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유튜브, 네이버TV 등을 통해서 팬덤에 옮겨 붙을 때까지 끊임없이 군불을 떼어야 한다. 기존의 다른 아이돌 팬덤에 빠져 있는 이들을 모셔오는 노력 없이 방송만 재밌으면 시청자들이 몰려들 것이란 착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돌 서바이벌쇼는 스토리라인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신규 시청자들이 유입되며 나타나는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기 가장 어려운 콘텐츠다. 런칭을 앞두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MBC는 <언더나인틴>은 런칭에 관한 홍보 계획이 없었다. 첫 방송 이틀 전에 참가자 프로필과 자기소개 영상을 한꺼번에 업데이트할 정도로 무성의했다.

방송 전부터 한일 대결구도나, 라이벌리를 미리 지정해놓고 스토리라인을 맞춰가는 <프로듀스48>과는 하늘과 땅차이다. 여러 가지를 벤치마킹하면서 방송 2개월 전부터 티저 영상을 공개해 런칭을 알리고, 최소 한 달 전부터 모든 참가자의 홍보 영상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방송을 챙겨볼 당위성을 만드는 마케팅 방식은 왜 가져오지 않는지 의문이다. 물론, 아이돌 전문가 김신영이 진행하는 15분짜리 <김신영의 TMI 언더나인틴>를 매주 일요일 밤 8시 45분부터 방송 중이지만 본방 시작 이후 방송 중이라 시너지가 없고, 그마저 홍보도 안 됐다.



게다가 지상파 아이돌 서바이벌은 너무 순하고 착하다.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기대하는 <슈퍼스타K>와 달리 아이돌 서바이벌은 똑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연습생의 알을 벗고 성장하는 서사를 기반으로 한다. 실력으로 우열을 가리기보다 매력이 우선이다. 그래서 매력을 최대한 다각도로 보여줘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보다 치열한 경쟁이 용인된다. 그렇게 높아진 긴장과 갈등 속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한 제작진이 스토리의 물꼬를 이리저리 튼다. 그런 점에서 빈스 맥마흔이 각본을 쓰는 프로레슬링과 비슷하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사의 아이돌쇼는 가장 첨예한 서바이벌쇼가 되어야 함에도 자극적인 면을 최대한 감춘다. 경쟁 프로그램임에도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착한 예능이고 싶어 한다. 1회에서는 출연자 분량을 균등하게 배분하기 위해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나열하고, 3회에서는 보컬파트 1위 지진석을 밀어주면서도 그 힘든 경쟁 상황에서도 보컬 파트 19위인 김태우와 서로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스토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결과, 중소 기획사들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선량함으로 자화자찬한 KBS2의 <더 유닛>도 그렇고 <언더나인틴>도 어쩌다 찾아봤는데 긴장감 없는 올드한 오디션이란 인상을 주고 만다.



공교롭게도 지상파에서 진행한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 서바이벌쇼는 모두 MBK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그리고 성적이 비슷한 이유로 안 좋다. 지상파 예능국은 진정 아이돌 서바이벌쇼를 제대로 하려면 엠넷의 아류에서 벗어나든가, 자립적으로 자신들만의 무대와 당위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부터 홍보 방식까지 이런저런 타협 속에 손쉬운 방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다루려고 하니 지상파 채널의 부식된 감각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언더나인틴>만 어려움을 겪고 마는 게 아니라, 아이돌 문화를 소비하는 젊은 대중들에게 MBC가 역시나 올드하고 진부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게 더 뼈아프다.

워너원, 프로미스나인, 아이즈원 등의 성공사례를 남긴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쇼는 방송 자체의 성공은 물론이고 그 이후 활동까지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공중파 아이돌 서바이벌쇼는, 방송 준비 단계에서 아이돌 데뷔에 대해 과연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갖고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시청률 1%의 굴욕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포맷 카피와 벤치마킹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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