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백종원 진심은 알겠다, 그래도 엄마 앞에선 ‘욕’ 삼가길
어머니 앞에서 아들 질타, ‘골목식당’의 불편함과 시청률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건 방송이지만 우린 리얼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홍탁집 아들에게 몇 차례고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하는 홍탁집이지만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던 아들. 백종원은 그 아들이 온전히 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혼자 고생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아들이 제대로 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솔루션을 준다고 해도 결국 어머니만 더 고생하게 될 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이 마음은 진심일 게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말하듯 그가 ‘병적으로’ 이 홍탁집 아들에게 집착하고, ‘미친 듯이’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이유는 그가 “다시 돌아갈까봐”서다. 그나마 백종원의 질타 때문에 몇 주 간 닭을 치는 연습을 계속 했고, 어머니보다 일찍 문을 열고 늦게 퇴근을 하며 주방 설거지와 정리를 했었다. 하지만 백종원이 그가 했다는 냉장고 정리나 닭을 치는 연습을 들여다보니 몸으로만 했지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 좀더 절실했다면 닭을 치면서도 몇 조각을 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했고,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훤히 외울 정도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홍탁집 아들은 거기까지는 하지 못했고, 그건 어찌 보면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막 마음을 잡아 새로 무언가를 하려는 그 지점에 서 있는 그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 일을 해야 하긴 하겠지만, 자신에게 이 일이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속내다. 처음에는 “할 수 있습니다”하고 말이라도 쉽게 내뱉었던 그는 이제 백종원의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쉽게 답을 못 내놓는다. 실제 경험해 보니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다.

“이건 방송이지만 우린 리얼”이라고 말하는 백종원의 진심은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이 간다. 그는 진짜로 이 식당의 어머니를 안타까워하고 있고, 그 아들이 바뀌어 온전히 이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이 식당에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아들을 바꾸려 진심이 담긴 질타를 쏟아낸다. 만일 방송이 아니라면 백종원의 이런 노력은 고마워해야할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종원은 리얼이라고 해도 이건 방송이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이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백종원의 질타가 이어지면 질수록 홍탁집 아들은 ‘구제불능’이 되어간다. 실제로 방송이 나오고 나서 시청자들이 하는 일관된 이야기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다. 백종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홍탁집 아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그 말을 전한다. 모두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그러니 뭔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느냐고.

백종원이 아들을 질타할 때 카메라는 어머니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이 장면은 방송으로만 보면 엄청난 불편함과 자극을 준다. 백종원이 분노하고 화를 내고 심지어 삐 처리된 소리까지 낼 때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같이 질타를 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아들의 입장에 몰입해서라기보다는 그 질타 받는 아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몰입하게 돼서다. 제 아무리 본인들이 요청했고 수락해서 진행되는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일이라지만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아들이 욕을 먹는 장면은 너무나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 계속 지속되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시청률은 8.9%(닐슨 코리아)로 8개월 만에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포방터 시장편이 방영되기 전 성내동편이 5.5% 시청률을 냈지만 이번 편에서는 꾸준히 수직상승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것. 그 기록에 가장 기여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토록 질타를 받아 심지어 국민적인 비호감으로까지 되어버린 홍탁집 아들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 원래대로 돌아갈까 봐 그래.”라고 백종원이 말하는 그 순간이 분당 최고 시청률 10%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방송이지만 리얼이라고 말하는 백종원의 진심을 알겠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아들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진심도 충분히 이해된다. 심지어 지금껏 잘못 살아온 걸 이제 바꿔보려 노력하지만 그게 잘 안돼서 혼란스러운 아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송이 이를 포착하고 편집하는 방식은 어떤 진심을 보이고 있을까. 그건 진정 (그 짧은 시간에)사람이 변해 가게까지 살아나는 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 과정이 주는 자극과 불편함을 극적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방송의 욕망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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