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염정아와 김서형이 꽉 채운 몰입감의 실체

[엔터미디어=정덕현] 저건 과장된 이야기일까 아니면 실제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물론 극화된 면들이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을 근거로 할 거라고도 여겨지는 이야기다. 실제로 강남 일부 지역에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존재하고,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구성해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으로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액수가 오고간다는 얘기는 그리 낯선 게 아니니 말이다.

이 드라마는 ‘SKY 캐슬’이라는 특정 공간을 상정해놓고, 거기 벌어지는 부모들의 치열한 사교육 경쟁을 담아내며 이로써 파괴되는 자식들과 그 부모들의 비극을 일찌감치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아이가 가출하고 엄마가 자살해버린 한 가정의 몰락을 통해 보여줬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일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그 세계는 교육이 아닌 사육에 가까운 비이성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그것은 고스란히 엇나가버리는 아이들의 문제로 드러난다.



반에서 1등을 하지 못했다고 잠잘 권리도 없다며 침대를 빼버리는 비정한 엄마,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방음벽까지 설치한 공부방에 아이들을 가둬두고 문제를 못 풀면 혹독한 훈육을 가하는 아빠, ‘인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독서클럽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대학을 가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꾸미기 위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도 없는 책을 읽게 하고 토론이 아닌 일방적인 주입을 하려는 부모들.

이런 부모들 밑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일 수는 없다.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는 입만 열면 ‘좋은 대학’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드러내고, 타인의 입장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아이가 되어간다. 신분상승을 위해 고시를 통과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다 좌절한 차민혁(김병철)이 사육하다시피 하는 서준(김동희)과 기준(조병규)은 공포에 가까운 그 사육 속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코디를 받고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영재(송건희)는 자신을 몰아세운 부모에 복수하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채 가출하고, 그 충격으로 엄마인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바로 옆에서 이명주와 영재의 비극을 바라봤던 한서진은 그 모든 일이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걸 알고 그를 찾아가 뺨을 올려붙이며 자신의 딸 예서의 코디를 맡기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은 이런 선택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딸 예서는 계속해서 김주영을 자신의 코디 선생님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한서진의 시어머니는 은근히 아이의 코디가 잘 되고 있는가를 물어 그를 압박한다.

흥미로운 건 김주영이 영재에게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동력삼아 공부를 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서진이지만, 결국은 김주영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으며 다시 자신의 딸을 코디해달라고 애원하는 대목이다. 김주영은 묻는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겨도 다 감수하겠다는 뜻”이냐고. 한서진은 그 질문에 “감수할 것”이라고 답한다. 잡지 말아야할 악마의 손을 잡는 그 과정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SKY 캐슬’로 그려지는 그 사교육지옥의 현실 속에서는 버젓이 벌어진다.



아이를 대학보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코디네이터인 김주영이나, 그 악마 같은 인물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애원하는 한서진이나 모두 정상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이 비정상이 그리 이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이 두 캐릭터를 놀랍도록 실감나게 연기해낸 김서형과 염정아의 연기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교육현실이 우리네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일 게다. 이들의 이상한 세계를 폭로하는 이 드라마에 우리가 공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으로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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