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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어떻게 사장님들과 맞섰나
기사입력 :[ 2011-12-16 15:47 ]


- ‘K팝스타’에서 드러난 보아의 진정한 매력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 지난 주 방송 말미에 무대에 오른 참가자 이미쉘은 Mnet <슈퍼스타 K 3>의 크리스티나를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아레사 프랭클린의 ‘Chain of fools'를 불러 좌중을 압도했다.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호가 난 양현석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극찬했으나 또 다른 심사위원 박진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노래 잘해!'만 내세우는 느낌일 뿐 감동은 없었다며 이렇게 부를 바엔 차라리 앞서 등장했던 노래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 쪽이 나은 것 같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한 마디로 지나치게 과장된, 끊임없이 질러대는 창법이 실망스럽다는 평가였는데 그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나 이렇게까지 질책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신랄했다. 아마 훌륭한 악기를 소유했음에도 그걸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참가자가 답답했나 보다.

그런데 그 뒤를 잇는 보아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 이번엔 내 쪽에서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마 누구도 이런 얘길 안 해줬을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단점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강약 조절이라든가 바이브레이션의 적정선을 깨우쳐주는 이가 없었을 테고 따라서 단점을 고칠 기회 또한 없었으리라는 얘기다. 그리고 당연히 합격 버튼을 눌렀는데 그녀는 '이미 꾸며진 게 많은 친구보다는 앞으로 꾸밀 수 있는 게 많은, 하얀 캔버스 같은 친구를 찾고 싶다'는 애초의 바람대로 한 걸음 앞이 더 기대되는 참가자들에게 소신껏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주고 있다.

첫 회 때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참가자 김수환의 춤을 보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보아. 물론 ‘심정적으로는 합격이나 공정성을 위해 불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박진영, 그리고 ‘놀랍다,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없으니 춤은 그만 접고 그 노력을 노래 에 쏟는 편이 낫겠다’는 양현석의 말이 백 번 옳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춤이란 빼어난 기량을 선보여야만 잘 추는 춤은 아니지 않나. 나는 그 순간에도 “춤을 못 추는데 스스로 잘 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시각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만들었다는 게, 저는 정말 놀랐어요. 너무 큰 감동이네요.“라는 보아의 말에 공감했다. 나 역시 김수환의 춤이 내로라하는 어떤 대가의 춤보다 가슴에 와 닿았으니까. "동작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은 제가 도와줄 수 있는 한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됐다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도 얼렁뚱땅 편하게 지내려드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2000년 13세라는 어린 나이로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던 천재소녀 보아. 그 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2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지금껏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는 편이 더 옳을 게다. 데뷔 이듬해 일본으로 진출해 최초의 K팝스타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국내 활동은 뜸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녀의 진정한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방송에 얼굴을 보이긴 했지만 인터뷰에 응할 때마다 기획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깔끔하고 간결한 답변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틀에 갇혀 길러진 모범생이 주는 자로 잰 것 같은 정직함이랄까? 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속 깊고 따뜻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성장하다니. 게다가 여전히 순수하기까지 하다.

불안에 떠는 어린 참가자에겐 언니처럼 다정한 어조와 눈빛으로 도닥여주고 남자 출연자들이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하트가 듬뿍 담긴 미소로 격려해줄 줄 아는,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기 보다는 참가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 조언을 해줄 줄 아는 그녀가 데뷔 당시의 앳된 소녀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대견할 밖에.

뿐만 아니라 노래 실력에 비해 감정 표현이 과했던 LA 지역 참가자가 에린 영이 탈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보아는 이내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역 오디션 때 감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터라 이번엔 감정에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가창력에는 아무래도 소홀해진 것 같다는 해명이었는데 자신이 했던 조언을 기억하고 얼마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했는지, 그 부분을 주의 깊게 보는 자세와 책임감도 마음에 든다.

사실 나에겐 보아와 동갑인 아들이 있다. 녀석이 또래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각종 게임이며 만화에 탐닉해 세월을 보낼 즈음 보아는 혈혈단신 일본으로 떠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때는 그 성공이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통찰력을 지니게 된 그녀가, 눈부시게 성장한 그녀가 부럽다. 그리고 이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와 축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시대, 그 속에서 발견한 가장 빛나는 별이자 보석은 바로 'BoA', 그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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