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자 민망하지 않으려면 연예대상 개념 확장해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수년간 방송사 송년회 정도로 치부되던 지상파 3사 연예대상 시상식이 모처럼 화제를 불러 모았다. 2관왕을 기록한 이영자의 화려한 부활도 놀라웠지만 KBS에서 예능 대상을 수상한 첫 여성 예능인이란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2018년 방송 3사의 예능대상 시상식에서는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무척 두드러졌다. 박나래는 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가장 큰 응원과 격려와 관심을 받은 올해의 인물이었고, 25년 만에 MBC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송은이를 비롯해 그의 사단은 여러 부문에서 두루두루 수상하며 약진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년간 예능을 견인해온 유재석·강호동 체제는 무너졌다. 1990년대 방송계에 발을 들인 40~50대 남성 MC들의 기나긴 전성시대 또한 드디어 저물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가장 재밌는 결과와 반응은 SBS에서 나왔다. 출연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유일한 방송인이자, 내리 3편 연속 SBS에서 히트작을 만든 것은 물론, 올해의 예능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최고의 화제 프로그램인 <골목식당>을 이끌고 있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무관에 머문 반면, SBS는 화제성에서나 파급력에서나 시청률에서나 게스트 섭외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특성으로 보나 올해의 예능이라 꼽기에 무리가 있는 <집사부일체>의 이승기에게 대상을 안기며 축하 대신 십자포화를 받게 만들었다.

이승기의 연예대상 수상과 뒤따른 후폭풍의 원인은 이승기가 아니라 선도적 변화를 꺼리는 지상파 방송사의 관성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연예대상이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은 견줄만한 경쟁이나 납득할 만한 결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한 해를 정리하는 상인만큼 공정하고 긴장감 있는 볼거리를 원했다. 그러나 방송사별 시상식은 이미 시청자들이 한 해 동안 즐긴 예능 판도를 담기에 너무 작은 그릇이었다. 특이한 수상부문을 신설하고 공동수상을 도입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했으나 수상자들은 매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특히 공동수상은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두에게 두루두루 상을 나눠주면서 연예대상의 가치를 유치원 학예회 수준으로 낮추는 결과를 스스로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역한 이승기에게 원톱 MC자리를 주고 멍석을 깔아준 SBS가 그에게 대상까지 수여하자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은 이 시상식의 주요한 초대 손님이 아니란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대상 선정 기준과 시청자의 볼거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메인MC가 왕관을 쓰고 진행하는 예능이 흔하지 않는 오늘날에도 방송국은 여전히 쇼버라이어티 시절, 올해의 예능MC를 꼽던 예능대상의 선정 기준과 권위에 기대고 있다. 최고의 스타에게 최고의 영예를 안겨야 하는데 그 대상이 점점 모호해지고, 수상의 이유는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다. 예능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인물이 배우나 가수 같은 타 분야 연예인 수준을 넘어서서 이젠 요식업자, 어머니, 매니저 등인 세상이다. 지난번 <미운 우리 새끼>의 어머니들이나 <1박2일> 김종민의 대상 수상은 이런 고심이 반영된 결과다.

MBC 시상식에서 보인 이영자와 그의 매니저의 눈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여전히 연말 시상식은 예능인들에게 평생의 소원이자 목표라 할 수 있을 만큼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이 방송인이 아니라 사업가임을 확고히 하는 백종원이, 상생을 재미의 가치로 내세운 <골목식당>의 주인공이 다른 예능인들에게 가보로 남을 만한 연예대상을 수락할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백종원만의 예는 아닐 수 있다.



예능은 이제 예능인들의 무대가 아니다. 그러니 상호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확장된 영토 전체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연예대상 개념의 확장이 필요할 때다. 관찰예능 시대에, 리얼리티로 재미를 주조하는 시대에 예능 MC들에게 집중된 수상 부문은 어색함과 민망함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공정성과 수상 결과가 양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 연예대상은 출신과 충성도에 대한 보답에서 특급 MC들에 대한 대우로 변화했다. 이제 또 한 번의 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시상은 공로에 대한 포상인 동시에 일종의 포섭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특정 예능 MC의 존재가 얼마나 축소됐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연예대상이 ‘누구’일 이유가 있을지, 또 기획과 편집능력이 중시되는 오늘날 최우수 프로그램상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 또한 있어야 한다. 이번처럼 씁쓸한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대상의 개념과 범주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풀이가 이해되지 않는 해답은 인정받을 수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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