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 유성모 PD “웃자고 살짝 건드렸는데 파장 컸다”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1975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37년 동안 매주 토요일 밤마다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아 온 NBC (이하 ). 이 전설의 프로그램이 드디어 (이하 )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고 난 뒤 에 대한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뉘고 있는 실정. 로컬라이징에 실패했다느니 흉내만 내다 말았다느니 하는 날선 지적도 있지만 모처럼의 신랄한 풍자에 속이 다 후련했다는 칭찬의 박수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미국식 유머를 근간으로 하는 의 현지화가 순조롭지 않으리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짐작만으로도 긴장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생방송 코미디를 별 큰 문제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그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하지 싶다.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유성모 PD를 만나 제작과정의 애로사항과 보람, 포부를 함께 들어봤다. (대담: 유성모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tvN에서 가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봤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고 나니 ‘론리 아일랜드’ 같은 문화적 충격이라든지, 강도 높은 시사 풍자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좀 싱겁다는 반응들이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요?

유성모: 프로그램 시작 전에 제작 과정을 직접 접해보고자 미국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기존의 유명 개그맨 산마를 위시한 ‘요시모토’ 흥업이 이때껏 해오던 쇼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좀 아쉬웠어요. 그런데 미국에 갔을 때는 마침 37시즌 ‘에피소드 1’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수백 명의 스텝이 생방송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환경과 정서가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저희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디뎌야 할 부분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덕현: 저는 중학교 때 AFKN을 통해 을 봤던 세대인데, 꽤 오래전이었음에도 수위가 굉장히 높았거든요.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적어도 케이블이라면 그런 부분을 좀 살려도 괜찮을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현재로서는 tvN에서만 가능한 프로그램이지 싶어요.

유성모: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올 여름이었어요. 실제적으로 장진 감독님과 만나서 준비한 것은 한 반년 정도고요. 그러나 앞서 말씀하셨듯이 실망하신 분들도 은연중 꽤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석희: 아마 를 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일 거예요. 실제로 을 아는 사람들은 좀 싱겁다는 반응인 반면 처음 본 사람들은, 특히 장진 감독의 시사풍자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굉장히 신선했다는 반응이었거든요. 어쨌든 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기는 했으니까요.

유성모: 는 37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만 우리는 지금 첫발을 내딛은 상태잖아요. 외형적으로 나마 그들과 유사한 방송을 내보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콩트 같은 건 계속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하면서 좀 더 빠른 호흡을 가져갈 예정이에요.

정석희: 시사 쪽은 살짝 맛을 본 셈이지만 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야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대에 차있었던 기존 팬들의 욕구를 어떻게 만족시켜 주실 건가요?

유성모: 일단 이 프로그램은 현재 등급이 ‘15세 이상’이고요, ‘19세 이상’도 앞으로는 그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지만 지금 현재로는 시간대가 적합하지 않다는 애로점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아온 미국판은 ‘19세 이상’이잖아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했던 ‘Dick in a BOX'나 특히 ’Mother lover' 같은 작품은 아무래도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죠.



정석희: 저는 엄마 입장이어서요. 유튜브 조회 수가 수천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하나 저로서는 선선히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정서상 수위 조절은 필수이지 싶어요.

정덕현: 저는 19세 이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요. 그리고 우리나라 정서와는 상관없게 약간은 미국의 정서가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정치와 섹스로 묘한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정석희: 아니 그랬다가 제작진에게 불어 닥칠 파장은 어쩌고요.(웃음)

유성모: 그렇죠. 일반 사람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분야가 정치와 섹스라서 사실 정치 분야는 살짝 건드리고 있어요. 그냥 웃자고 하는 정도로요. 정치적인 이슈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그냥 웃자는 거예요. 근데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갈증을 느꼈었는지 생각보다 강한 반응을 보이라고요.

정석희: 의 주 시청 층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죠. 요즘 실제로 인터넷에서 보면 감탄스러울 만큼 재치 있는 정치 풍자가 흘러넘치는 세상이니까,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는 만족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요.

정덕현: 사람들이 생각을 좀 바꿔야 하는 게, 정치풍자라는 것이 정치 쪽에 비중이 가는 것이 아니라 풍자 쪽에 더 비중이 가는 거라는 거죠. 정치풍자라는 것은 그냥 코미디에요. 그냥 쿨하게 가져가면 재미있을 텐데요.

정석희: 사실 미국 을 보고 있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니까, 이를테면 기관 이름이나 인명이라든지, 누군가의 발언이라든지, 웃음의 포인트를 몰라서 웃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반해 일단 우리나라에서 만드니까 다 알아 듣는 소리라서 좋아요. 그런데 시간대가 2회부터 30분 당겨졌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성모: 끝나는 시간이 12시 대가 넘어가거든요. 정치 쪽에 관심이 많지 싶은 어르신들은 못 보고 주무실 시간이더라고요. 그런 이유도 있고 또 <코미디 빅리그> 시즌 2가 시작되는데 이 프로그램이 토요일 9시에 시작해서 10시 반에 끝나요. 그래서 둘을 같이 붙여서 그 시간대를 tvN Comedy Zon, Block처럼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도 있어요.

정덕현: 지금까지는 정치는 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주로 싸움하는 장면만 봤다고 할 수 있는데요. 거기에 유머를 같이 붙여 버리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도 이제 수준 높은 정치 유머가 나올 때라고 봅니다.

유성모: 저희가 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심의 위원회에서도 미리 관심을 가져주시고 연락을 해 오시더라고요.(웃음) 생방송 코미디로서는 국내 최초이고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기 때문에 준비도 철저히 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정석희: 그래서인지 제작진들이 크게 긴장한 기색 없이 의외로 여유로운 분위기더군요. tvN이 <오페라 스타>와 <코리아 갓 탤런트>로 생방송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요.

유성모: 코미디 생방송은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에요. 저희가 첫 방송 때 리허설만 백번을 했어요.(웃음)

정덕현: 약간의 실수가 가끔은 나와 줘야 생방의 묘미이고 재미가 아닐까요?

정석희: 오프닝과 클로징을 그날의 호스트와 크루가 모두 함께 하잖아요. 호스트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크루들이 진심으로 같이 즐겨주고 제작진이 함께 공연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이 프로그램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유성모: 그렇죠. 기존의 출연진들이 재밌어야 어떤 호스트가 오든 재미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만드는 저희도 매번 설레어서 하고 있어요.(웃음)



정덕현: 첫 회, 김주혁 씨의 역할이 컸어요. 김주혁 씨가 평소 드러내지 않았던 점을 보여준 거잖아요. 그래서 그 다음 호스트들도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은 대충 뚫어 놓은 것 같아요.

유성모: 소위 에이급 스타들이 자신을 완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자신의 모든 걸 던져가며 수많은 사람들과 토요일 밤 같은 시간대를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에 의미를 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김주혁 씨에게서 느꼈던 건 웃기고 안 웃기고를 떠나서 그 정도 위치의 배우가 그처럼 온전히 자신을 다 던졌다는 점이 담당 PD 입장에서는 웃음보다 감동으로 와 닿았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생방이 끝난 후에 김주혁 씨를 끌어안았죠.(웃음) 이 자리를 통해 다시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정석희: 모두 함께 박수치는 모습이 마치 연극이 끝난 후 서로 같이 껴안고 기뻐하는, 바로 그런 감동이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회가 거듭되다 보면 의 앤디 샘버그 같은, 를 대표할 명물이 한 사람쯤은 나와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성모: 저희도 ‘론리 아일랜드’가 연상되는 작품이 나와 주길 바라죠. 하지만 당장은 아직 음악 쪽까지는 여력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크루들을 보면 크리스틴 위그 같은 완전 에이급 배우들이에요. 그리고 호스트가 모든 코너에 다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휴지를 줍는 청소부 역할 정도?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전적으로 호스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거든요. 시간이 흘러 캐릭터가 확실해진다면 무게중심을 크루 쪽에 두고 지금 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겠죠. 아담 샌들러나 웰 페렐, 에드머피, 이 사람들이 다 이 배출한 코미디 스타들인데요. 저희도 그런 인물을 배출하는 게 꿈입니다. 코미디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얘기한다면 저희는 코미디인데 코미디언이 아닌 연극배우나 영화배우들이 하고 있잖아요. 배우들에게도 이미지를 소모한다기보다는 자기의 연기, 커리어에 있어서 생산적인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유성모 PD와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그림: 정주연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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