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프렌즈’, 너무나 익숙한 방식인데도 새롭다는 건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금요 예능 <커피프렌즈>는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이라는 점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행지에서 음식점을 영업하는 이야기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어떤 메뉴를 내놓든지 기본적으로 ‘믿을만한 맛집’이라는 신뢰가 쌓였다. 특히 이번에는 유연석과 손호준이 실제로 진행하는 기부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제주도 감귤 농장에 위치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아담한 카페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TV삼분지계]가 선택한 2019년, 새해 첫 예능은 바로 <커피프렌즈>다.



◆ 가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곳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은 공감이다. 가보고 싶고, 먹어 보고 싶고, 얘기를 나누고 싶고, 함께 느끼고 싶었다면 성공이 아닐는지. 그런 의미에서 tvN <커피프렌즈>는 출발이 좋다. 무엇보다 그 소리를 듣고 싶다. 커피머신 스팀 소리, 그라인더 소리, 소곤거리는 손님들 목소리, 최지우가 설거지에 매진 중인 양세종 허리 도닥여주는 소리. 재즈 선율 사이로 들리는 달그락 달그락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 “아이스라떼 나왔습니다. 혹시 시럽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살아오는 동안 백번도 더 들었을 소리지만 여기서는 유난히 정겹다. 다시보기를 하며 눈을 감고 소리로만 느껴봤다. 선곡이 좋아서인지 눈 호강 제대로 하는 화면을 통째로 제거해도 또 다른 울림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잣대가 공감이라면 사람의 기본은 ‘성의’라고 본다. 방송에서 준비 없이 얼렁뚱땅 시간이며 자리 때우고 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커피프렌즈>는 유연석, 손호준, 두 사람의 나눔 방식을 역으로 방송이 차용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성의가 있을 밖에. 제작진이 짜놓은 판이 아닌 자신들의 기부 프로젝트의 연장인지라 누구보다 책임감이 있고 열심이다. 한 달에 한 번 진행된 기부행사였음에도 기꺼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손호준. 거기에 각기 드라마를 통해 요리에 나름 일가견이 생긴 유연석과 양세종. 방송을 하고자 일회성으로 배워 대충 문 연 카페가 아닌 것이다. 쓰다 보니 커피프렌즈 시그니처 메뉴 프렌치토스트가 먹고 싶어졌다. 어째 조만간 귤카야잼을 만들게 될 듯.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 같은 프로그램

“잠시 회사 생활을 잊고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나누던 많은 이야기 중 이 말처럼 <커피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을 잘 설명한 문장이 또 있을까. 금요일 밤, 집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대부분의 사람에게, <커피프렌즈>는 80분 동안 단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유연석과 손호준이 실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차별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간판만 바꾼 <윤식당> 같은 콘셉트인데도 신선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을 맛깔스럽게 담아내는 섬세한 연출 덕도 있지만, 가장 큰 힘은 사람들의 매력 아닐까. 실패한 빵을 맛보면서도 ‘너무 맛있다!’고 최선을 다해 감탄하는 사람들, 손님이 없어 기운이 빠질텐데도 ‘비가 그쳐서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쉴 새 없이 닦고 치우고 씻는 사람들... 큰 소리, 짜증 내는 소리, 우는 소리 한번 없이 유쾌하고, 깔끔하고, 예의 바르고, 성실한 사람들로만 가득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애초에 혼자의 여정이 아닌 담에야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진리를, <커피프렌즈>가 새삼 일깨워준다.

제작진에 의한 출연진 조합이 아니라, 유연석과 손호준의 실제 인간관계의 “연장선”이라는 점도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미 친하기 때문에 굳이 케미스트리를 과시하지도, ‘~남매’, ‘~커플’처럼 인위적인 관계를 만들지도 않는다. 친하면서도 오히려 서로를 ‘~님’이라 부르며 예의를 지킨다는 게 인상적이다. ‘프렌즈’라는 간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 같은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익숙한 레시피, 그런데 재료가 새롭다

CJ ENM 요식업 예능은 이제 안 봐도 알 법한 선명한 플롯이 있다. 일군의 셀럽들이 낯선 여행지로 떠나 현지 관광객과 시민들을 상대로 음식 장사에 도전한다. 익숙하지 않은 접객과 조리에 도전하는 셀럽들은 진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 하고, 카메라는 음식을 앞에 두고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화면에 담아낸다. 시청자들이 같은 메뉴에 슬슬 익숙해질 무렵인 3-4회쯤 되면, 더 많은 손님들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핑계로 새로운 메뉴를 추가할 것이다. 마지막회에는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과 도전을 마친 지금 사이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벅찬 얼굴로 회고하는 멤버들의 인터뷰가 실릴 것이다.

이처럼 대동소이한 레시피로 반복되는 CJ ENM 요식업 예능에서 결국 가장 큰 차별점으로 둘 수 있는 요소는 ‘어디’에서 ‘누가’ 장사를 하느냐는 점이다. 나영석 사단의 새 요식업 예능인 tvN <커피프렌즈>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건 유연석과 손호준이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을 하기 전부터 이미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하고 커피 트럭을 운영하며 그 수익금을 자선사업에 기부하는 행보를 보였다. 프로그램이 아니었어도 이와 같은 활동을 해 나갈 멤버들이기에 방송에 임하는 태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절친인 두 사람을 섭외한 덕분에 여타의 동종 예능에 비하면 케미스트리를 쌓을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회 게스트로 참여한 최지우와 양세종을 포함한 네 명의 멤버 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손호준이다. 전문가(홍석천, 이연복)의 능숙함에 기대거나, 최선을 다하는 아마추어들(윤여정, 정유미, 이서진, 강호동, 이수근, 박중훈 등)의 진땀에 주목하거나 양단간에 하나를 택해 왔던 기존의 CJ ENM 요식업 예능과 달리, 이미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한 손호준이 식빵 제빵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며 헤매는 모습을 같이 담아내며 생기는 온도 차이에서 오는 재미가 선명한 것이다. 여타 여행 프로그램이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손호준 특유의 사람 좋은 순박한 모습 위로, 신중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진지한 모습이 한 겹 겹쳐지며 만들어진 독특한 질감이야말로 <커피프렌즈>의 1차 영업 포인트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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