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진 토크 콘서트’ 진짜 문제는 주병진 자신이다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문제는 점점 주병진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주병진은 여전히 능력있는 진행자지만 시대가 원하는 옷을 입지는 못했다. 주병진 토크쇼는 주병진이 변화하지 않는 한 다시 치고 올라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게스트의 약발에 따라 일시적인 상승과 하강이 있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 처방은 주병진에게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주병진 토크쇼는 3회만에 시청률이 4.9%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주병진 토크쇼에 나왔던 게스트 3명의 토크는 재미없지 않았다. 아니, 꽤 재미있었다. 박찬호뿐만 아니라 차승원이나 신승훈은 토크쇼에 자주 나오는 스타가 아닐뿐더러 그들이 했던 말도 신선하면서도 재치와 진심이 담겨있었다.

특히 신승훈편은 간간히 노래를 들려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방불케했다. 신승훈이 ‘K팝한류’라는 말이 나오기 전 CD 10장, 일본팬 5명으로 일본 진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은 그가 들려준 노래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주병진이라는 진행 스타일은 여전히 딱딱한 느낌을 주고 있다. 왠지 진지해져야 할 것 같다. 더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요즘은 진행자가 무게를 잡거나 폼을 잡고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이나 입는 짙은 감색이나 회색 양복은 단정해보이지만 부담없이 예능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에게 흥미를 주기는 어렵다.
 
밤 11시대는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풀어제친 상태에서 예능을 보는 시간이다. 엄창난 삶의 지혜를 주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또 그런 시간대도 아니다.
 
최고로 잘나가는 유재석이 뽀글파마 가발을 쓰고 나오고, 강호동이 양 볼에 연지곤지 붙이고 색동저고리를 입고 점집에 앉아 있던 것도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고 부담없는 편안한 느낌을 서비스해주기 위한 것이다.
 
주병진도 유재석과 강호동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친근함과 편안함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 나온 후배 게스트나 페널로부터 혼이 나고 지적도 당하는 ‘형님’이 되는 게 좋다. “방송을 오랫동안 하지 않더니 왜 이렇게 감이 떨어졌어”라는 소리를 듣고 쩔쩔 매는 ‘형’ 캐릭터가 훨씬 친근하고 현실적이다.
 
이경규도 과거의 ‘버럭’ 캐릭터를 버리고 후배들에게 뒷방 노인 취급받으며 당할때 시청자들은 좋아한다. 정재형이 예능 캐릭터로 안착하게 된 것도 후배 정형돈이 끊임없이 재형을 ‘까’주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평균 이하의 남자, 모자라는 남자들인 ‘무한도전’ 멤버들은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예능인이다.
 
주병진의 단정한 신사 컨셉은 과거에는 먹혔다. 정장을 차려입은 상태에서도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유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비연예인 게스트들도 딱딱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개구장이 같은 느낌도 나는 양복입은 신사 주병진이 지금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양복을 입고 팔짱 낀 채 폼을 잡고 있으면 뭔가 웃기려고 컨셉을 잡았나보다고 생각하지만 50대 중반의 중년이 짙은 양복을 입고 다리를 꼬우고 앉아있으면 위압적인 느낌이 난다. 요즘 시대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에는 ‘방자’가 없다고들 한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방자나 ‘깐족’을 데려다놔도 능력을 발휘하기 힙들다. 방자가 나올 수가 없다.
 
서세원이 토크박스를 진행하던 시절 장호일이라는 보조MC가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묵언수행하는 ‘병풍’ MC였다. 사석에서 만난 장호일은 꽤 말을 잘했다. 하지만 서세원이라는 시스템에 들어가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주병진 토크콘서트에서 최현정 아나운서는 ‘깐족’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깐족’ 기능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주병진이 ‘깐족’ 출현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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