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형사’ 긴장감 넘치는 파워 사라지니 잔혹성만 남아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는 대놓고 19금을 달고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삼각관계를 그리며 시작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삼각관계는 애증의 삼각관계가 아니다. 나쁜 형사와 연쇄살인마 그리고 사이코패스 여기자가 만든 팽팽한 스릴러의 삼각관계는 극 초반 이 드라마를 집중시키는 원천이었다. 세 캐릭터 모두 으르렁대며 서로를 노려보며, 범죄자들은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잔인하고 냉정하다. 19금을 달고 피해자의 생니를 뽑는 잔인한 장면 같은 것들을 고스란히 노출시킬 만큼.

그럼에도 극 초반 <나쁜 형사>는 몰입감에 있어서는 최고였다. 직진하는 형사 우태석(신하균)의 저돌적인 속도감처럼 드라마는 빠르게 흘러갔다. 더구나 첫 회에서 형사는 연쇄살인마 장현민(김건우)을 용서 없이 처단한다. 한 회에서 장현민이 보여준 온갖 악덕 때문에 그의 죽음은 시원한 통쾌감을 줄 정도였다.

이후 등장한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감정의 널뜀 없이 사악한 인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쁜 형사>는 한 회 한 회 나쁜 형사 우태석이 절대악인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허나 장현민의 부활 이후 드라마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이때까지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장현민과 은선재, 우태석이 얽힌 과거의 살인사건이 <나쁜 형사>의 중요한 이야기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 팽팽한 삼각관계에 얽힌 퍼즐을 어떻게 섬세하게 풀 수 있을 것인가가 <나쁜 형사>를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하지만 탄탄한 스릴러 삼각관계를 내세운 <나쁜 형사>는 그 힘을 허무하게 무너뜨리고 말았다.

극 중반에 이른 <나쁜 형사>는 아쉬움이 남는 범작으로 변했다. 비단 한 번 부활했는데, 두 번 부활 못 하느냐는 식으로 다시 살아난 연쇄살인범 장현민 때문만은 아니다. 여전히 <나쁜 형사>를 지탱하는 세 명의 캐릭터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끌고 가는 이야기의 방식은 ‘우격다짐’에 가까워졌다.



지금의 <나쁜 형사>는 자극적인 장면들 그리고 사건의 개연성과 상관없이 능력치의 최고를 발휘하는 주인공들의 활약이라는 이중플레이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초반의 비장미는 사라졌고, 핏물 넘치는 잔인한 장면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를 잡아두기 위한 자극적인 캡사이신 역할에 머무른다. 물론 여전히 흥미로울 때가 있기는 하지만 초반의 19금이란 타이틀을 걸고 보여준 긴장감 넘치는 파워는 없다. <나쁜 형사>의 패턴이 고스란히 읽힌 지 오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쁜 형사>의 유일한 미덕처럼 느껴지는 배우 신하균의 연기도 어느 순간부터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충혈된 눈으로 돌아다니는 우태석은 매번 화가 나 있고, 포효를 내지르는 늑대인간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다.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조절하지 못한 이야기 속에서 한껏 격앙된 우태석 형사는 더는 진지하고 비극적인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장한 음악과 격앙된 캐릭터가 더해지면 ‘나쁜 형사’ 아닌 개그콘서트의 ‘나쁜 남자’ 같은 우스꽝스러운 인상으로 다가올 때도 종종 있다.



시청률은 <나쁜 형사>에 못 미치지만 비슷한 장르인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가 보여주는 꼼꼼한 서사구조와 비교해 보면 <나쁜 형사>의 단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사건의 진행은 더디지만 차분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쌓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와 강한 자극은 갖췄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미덕을 놓친 <나쁜 형사>는 나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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