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나쁜형사’, 뻔한 ‘조들호2’, 이상한 ‘복수돌’

[엔터미디어=정덕현] 현재 월화드라마의 판도를 보면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뒤집혀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tvN <왕이 된 남자>가 8%(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드라마 MBC <나쁜형사>는 6.5%,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6.3% 그리고 SBS <복수가 돌아왔다>는 5.1%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시청률을 단순비교 하긴 어렵지만, 액면으로만 봐도 지상파 드라마들이 절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르적으로 봐도 이 구도는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바뀐 듯한 느낌을 준다. <왕이 된 남자> 같은 사극은 과거 같으면 MBC 월화드라마의 단골 장르이기도 했었다.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여진구가 아역부터 주목받았던 작품이 바로 MBC <해를 품은 달>이 아니었던가. 반면 <나쁜 형사>나 <동네변호사 조들호2> 같은 장르물은 과거에는 비지상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면이 있다. 영국드라마 <루터>의 리메이크 작품인 <나쁜형사>처럼 유혈이 낭자한 범죄수사물은 이 채널이 MBC가 아니라 OCN이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드라마에 있어서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경계가 깨지고 있다는 걸 월화극들은 보여준다. 그런데 <왕이 된 남자>와 비교해 지상파드라마들이 이렇게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뭘까.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월화드라마들은 어딘지 저마다의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쁜형사>는 MBC가 19금을 선택할 정도로 야심찬 작품이었다. 드라마 초반의 힘도 나쁘지 않았다. 더 나쁜 놈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나쁜 형사가 되어야 했던 우태석(신하균)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이코패스지만 과거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던 은선재(이설)가 독특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장형민(김건우)이 계속해서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가 긴장감을 떨어뜨리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시 새로운 사건들을 등장시키며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19금이 갖는 한계 역시 피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채널 진입이 어려워진 탓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고현정과 박신양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뼌한 대결구도를 빼고 나면 흥미를 끌만한 새로운 사건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1이 보여줬던 조들호(박신양) 변호사의 사이다는 좀체 등장하지 않았고, 목적을 위해서 살인을 교사하는 이자경(고현정)의 이상한 행동들 역시 섬뜩하기보다는 너무 흔한 클리셰처럼 보여졌다. 이래서는 연기를 제아무리 잘한다한들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가장 이상한 작품은 <복수가 돌아왔다>다. 시청률도 가장 낮고 화제성도 거의 없는 이 드라마는 도대체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려 퇴학을 당했던 강복수(유승호)가 어른이 돼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복수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사랑에 빠지는 흔한 구도로 전개되면서 복수극도 멜로도 아닌 이상한 학원물이 되어버렸다. 정체가 모호한 드라마가 잘될 가능성이 있을까.

사실 <왕이 된 남자>도 적지 않은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건 바로 이미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이다. 내용은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이고,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버전을 바꿔야하는 난점도 있었다. 하지만 <왕이 된 남자>는 광대 하선(여진구)이 신치수(권해효)의 아들에게 당한 여동생 때문에 복수의 일념을 갖게 된다는 새로운 설정과, 중전 유소운(이세영)과 점점 가까워짐으로써 그를 구하기 위해 ‘제대로 된 왕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함으로써 이런 약점을 뛰어넘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월화드라마들의 면면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한때는 드라마왕국이라고도 불렸던 MBC였고, 복합장르물로 바람을 일으켰던 SBS였으며, 가족물과 시대극 등으로 독자적인 드라마 색깔을 가진 KBS가 아니었던가. 그런 MBC가 19금을 선택하고, KBS는 장르물을 그리고 SBS는 정체가 모호한 작품을 내놓는 상황에서는, 현재 지상파드라마가 가진 위기의식과 안간힘이 느껴진다. 본래 각각의 지상파들이 가진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하는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나쁜형사>는 과하고,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뻔하며 <복수가 돌아왔다>는 이상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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