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매니저 인사이드가 끄집어낸 김수용의 개그코드

[엔터미디어=정덕현] 연예인 한 명에 매니저 다섯 명? 지금까지 했던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그 누구와도 다른 조합이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따온 이른바 ‘매니저 인사이드’가 김수용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고정 프로그램이 하나 밖에 없어 전담 매니저도 없는 김수용. 그래서 간간이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소속사의 타 연예인 매니저들 중 시간이 비는 매니저가 김수용을 케어해주면서 만들어진 특이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 대 일 관계 사이에 피어나던 독특한 케미들을 중심으로 주목받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카메라가 연예인이 아니라 매니저를 더 들여다보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매니저의 시선을 따라 연예인이 보이는 독특한 ‘시점’이 그 핵심이다. 그런데 ‘매니저 인사이드’를 직은 김수용은 이 관점으로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대급 풍경을 보여준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런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적절한 트릭(?)을 활용했다. 즉 처음에 김수용 매니저라고 찍힌 티셔츠를 입고 나온 인물이 김수용을 스케줄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차안에서 별 대화도 없는 몇 분 간을 보여주고 그게 첫 번째 촬영분이라고 소개한 것. 이를 본 스튜디오의 MC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작비가 제일 많이 들었다”며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촬영했는데” 그게 한 회 분량이었다는 이야기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워낙 말수가 없고 아주 가끔씩 꺼내는 말도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어 매니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난감해했다. 사실은 농담을 던진 것인데 진담으로 받아들여 진지하게 답변과 ‘조언’까지 하는 매니저의 이야기는 그래서 의외의 웃음을 줬다.

말 한 마디 잘못 하면 훅 가는 세상이라며 그래서 “방송 중에 말을 잘 안한다”는 김수용의 진담 같은 농담을 매니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래도 방송 중에는 말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묻는 반응에 이를 보던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거기에는 진담처럼 들리는 농담을 던지고, 방송에서조차 침묵을 지키고 누군가 불편을 느끼는 걸 못 참아 하는 김수용이라는 특이한 인물과, 그래서 연예인보다 더 방송을 신경 쓰는 매니저라는 역전된 관계가 있었다. 매니저를 불편해하는 연예인이라니.



같은 소속사인 이윤석 매니저, 장영란 매니저, 김국진 매니저, 윤정수 매니저 그리고 양세형 매니저까지 서로 다른 다섯 명의 매니저들이 차례로 등장해, 독특한 개그코드를 가진 김수용과 보이는 저마다 다른 리액션들 역시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없는 사람 취급해달라는 김수용의 말에 진짜로 차만 몰았던 이윤석 매니저와 장영란 매니저에 이어, 김국진 매니저가 의외로 진지한 조언까지 던지자 스튜디오는 답답했던 속이 확 뚫린다며 즐거워했다.

갑작스레 일이 생겨 김국진 매니저가 돌아가고 대신 찾아온 윤정수 매니저는 윤정수와 김수용의 확연히 다른 차이를 비교함으로서 웃음을 줬다. 배가 고파 점심을 먹으러 가고 싶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 지하주차장에서 겨우 말을 꺼낸 김수용은,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를 잘 몰라서 빙 돌아간 윤정수 매니저에게 별다른 불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윤정수 매니저는 그런 면이 “어떤 분”하고는 너무 다르다며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김수용의 면모를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다음 스케줄에 등장한 양세형 매니저는 김수용과 개그코드가 맞는 사람이었다. 김수용이 하는 진담 같은 농담에 빵빵 터졌고, 기분이 좋아진 김수용은 급기야 “만약에 자신의 전담 매니저가 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묻기도 했다. 약 10초간 고민하다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양세형 매니저와 그 짧은 케미는 이전 매니저들과 대비를 이루면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김수용은 사실 이른바 ‘감자골 4인방’으로 불리던 개그맨이다. ‘감자골 4인방’인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과 비교해보면 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독특한 개그코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보여주곤 했었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관찰카메라는 어쩌면 김수용의 진가를 끄집어낼 수도 있는 형식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침묵하고 있어도 웃음을 주는 그 코드를 한 명도 아닌 여러 매니저들의 시선을 비교함으로서 찾아내주고 있어서다. 데뷔 29년차 개그맨 김수용이 드디어 제 물을 만난 듯한 그런 느낌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