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들호2’, 박신양·고현정 믿고 본래 하려던 이야기 밀어붙였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꽤 많은 논란과 구설수가 터져 나왔다. 주연인 박신양이 부상을 입어 드라마가 결방하기도 했고, 변희봉이 건강문제로 하차한다는 소식에 이어, 극 중에 조들호(박신양) 변호사를 돕는 인물로 등장했던 안동출(조달환)과 오정자(이미도)가 중도 동반 하차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로서는 분분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신양과 고현정이라는 만만찮은(?) 배우들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며 제작진과의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고, 작가가 교체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KBS측에서는 이를 모두 부인했다. PD가 직접 나서서 배우들과의 좋은 관계를 얘기했고, 중도하차는 드라마 스토리상의 예정된 하차라고 해명했다.

사실이 무엇이든 이토록 많은 논란과 구설수가 터져 나온다는 건 드라마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잘 되는 드라마는 웬만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리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그렇지 못했다. 시청률이 5%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고, 화제성도 그리 뜨겁지 못하다. 애초 시즌1이 만들어놨던 좋은 잔상들과, 그래도 한가락씩 하던 박신양, 고현정이라는 캐스팅이 주는 기대감이 더 높았기 때문에 그것이 꺾어지면서 생기는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스토리 자체가 그리 나쁘다고 말하긴 어려운 드라마다. 변호사인 조들호(박신양)와 연쇄살인을 배후조종하는 이자경(고현정)이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 대산복지원에 끌려가 동생을 잃은 이자경의 피의 보복과 이를 막으려는 조들호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진짜 적들은 대산복지원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국일그룹의 국현일(변희봉)이나 그 2세들인 국종섭(권혁), 국종희(장하란), 국종복(정준원)과 당시 대산복지원과 연루되어 있던 인물들 그리고 백도현(손병호)이나 유창호(김법래) 같은 부패한 정치인과 검사들이다.

게다가 조들호가 보호하고 있는 사망한 윤정건(주진모) 사무관의 딸 윤소미(이민지) 같은 인물은 법 정의와 사적인 감정 사이에서 꽤 많은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아버지가 과거 대산복지원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란스러워한다. 법의 차원에서 보면 이런 짓을 저지른 이자경이 용서받을 수 없는 범법자지만, 과거 이자경이 아버지의 손에 의해 대산복지원에 동생과 함께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은 이 범죄를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만든다. 즉 윤소미 같은 인물은 우리가 실제로 현실에서 겪었던 과거사들을 어떤 방식으로 후대가 정리해나가야 하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의 소재나 구성이 그리 나쁘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난항을 겪으며 갖가지 논란과 구설수들이 드라마보다 더 주목받게 된 걸까. 그건 초반에 너무 연출이 과하게 폼을 잡으면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려 하면서 생긴 문제다. 사실 박신양이나 고현정 정도의 연기자라면 굳이 자극적인 과도한 장면들 없이, 그저 이야기를 촘촘히 전달하기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선을 잡아끌려는 과도한 연출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는 실종됐고, 보여주는 장면마저 어디선가 봤던 클리셰를 반복함으로써 연기조차 퇴색되어 버렸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무너지는 속도도 더 빨랐다. 어째서 본래 하려던 이야기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그것만 차근차근 해나갔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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