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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약점과 빈틈 많아도 이나영은 이나영이다
기사입력 :[ 2019-02-24 11:06 ]


‘로맨스는 별책부록’ 살리는 주연배우 이나영의 남다른 존재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배우 이나영과 ‘열연’이란 단어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 배우 이정현의 영화하면 떠오르는 신들린 연기만이 아니라 평범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울부짖는 연기 역시 이 배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데뷔시절 그녀가 조연으로 등장한 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와 SBS <퀸>에서 이나영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물론 CF 속에서 이나영은 최고의 모델이다. 라네즈와 맥심에 이르는 이나영의 CF는 모델의 매력이 제품의 매력까지 업그레이드시키는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것도 30초의 미소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스크린과 드라마 속의 배우 이나영은 CF모델 이나영과 또 결이 다르다. 30초가 아닌 한 시간 이상의 화면 속에서 이나영의 몸은 구부정하고, 움직임은 목석처럼 뻣뻣하거나 타조처럼 재빠르다. 목소리는 모래처럼 건조하다.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 역시 배우보다 종종 일반인과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프로가 되어서 캐릭터의 감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 자신이 지닌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아마추어처럼 내보일 때가 있다는 인상이 든다. 약점과 빈틈이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나영은 드라마와 스크린에서 CF와는 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 아마도 그 존재감 때문에 이나영은 tvN <로맨스의 별책부록>의 강단이(이나영)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긴 팔다리와 작은 얼굴의 이나영이 오버사이즈 니트를 입고 허둥지둥 걷는 순간부터 이 배우의 존재감은 살아난다. 한순간의 장면이 캡처되어 한 장의 인상적인 그림처럼 기억에 저장되는 것이다.

물론 그 순간 강단이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경력단절녀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지닌 이나영의 강단이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 비현실적인 분위기와 폭이 좁은 연기가 어우러지면 의외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 우리 주변에 어딘가 비현실적이지만 감정표현에 서투른 무뚝뚝한 여주인공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처럼 울어버리고…… 그때부터 이나영은 이나영이니까 이나영이지만 어쨌든 드라마의 흡인력 있는 주인공의 역할은 톡톡히 한다.



그리고 이나영은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그런 작품들을 보여줬다. 데뷔 초반 착하고 평범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았던 이나영은 본인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면서 빛을 발했다. MBC <네 멋대로 해라>의 인디 락 키보디스트 전경이나 MBC <아일랜드>의 입양아 이중아가 그것이다.

인정옥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현실에 발 딛고 있지만 조금 붕 떠 있는 여주인공들을 만들어냈다. 젠트리피케이션 이전 홍대를 거닐던 무채색의 멜랑콜리한 감성을 지닌 여주인공들 말이다. 그리고 이나영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무뚝뚝한 분위기는 이 캐릭터와 최상의 어울림을 보여주었다.



한편 영화에서 이나영은 드라마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어 완전 정복>의 평범한 모범생 동사무소 여직원 영주나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트렌스젠더 여성 지현이 그러하다. 비록 영화는 소소한 코믹물이지만 이나영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구도는 순간순간 흥미로웠다. 이나영 특유의 말투나 표정과 어우러지면 코믹용으로 쉽게 소비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아우라와 목소리를 얻는 듯 보일 때가 있었으니까.

허나 여전히 이 배우의 연기 폭은 넓다고 보기 힘들기에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극명하다. 정확한 감정선을 요구하는 <도망자 Plan.B> 같은 장르물 드라마나 극적인 이야기가 강조되는 작품에서 이나영의 연기는 여전히 아쉽다. 그녀의 연기는 늘 본책보다 별책부록 같은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로맨스물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이나영의 별책부록 연기에 득을 본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징징대다 남자주인공에 기대는 낡은 여주인공 타입이 어느 정도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배우 덕이 크기 때문이다. 강단이 역시 이나영 특유의 분위기에 스며들어 이나영은 이나영이니까 이나영으로 흘러가 캐릭터가 지닌 단점들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MBC, 영화 <영어완전정복>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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