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연예대상 ‘무더기 빈손’, 왜?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올해 KBS 연예대상은 두고두고 말이 남을 것 같다. 대상 후보에도 없었던 ‘1박2일’이라는 팀에게 대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인터넷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KBS 연예대상이 개인이 아닌 단체에게 주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KBS가 규칙과 관행을 깨고 ‘1박2일’ 팀에게 대상을 주었다는 건 내부적으로도 고민과 갈등이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박2일’ 5인이 대상을 공동수상한 건 2007년 MBC 연예대상을 공동수상한 ‘무한도전’ 팀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 ‘1박2일’은 KBS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고 지난 1년동안 시청자에게 미친 영향으로 보나 충분히 대상 수상자를 배출할 자격은 있다. 하지만 대상후보에는 없는 ‘1박2일’ 팀을 선정해, 1년내내 욕을 먹은 김종민에게 대상을 준다는 건 대상의 권위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본인을 힘들게 하는 처사다.
 
올 한해 KBS 예능에 지대한 공을 세운 김병만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한 것도 문제였다. 김병만은 ‘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이 있는 SBS로 가 KBS에 미운 털이 박혔고 종편에서도 프로그램을 선보여 복잡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애정남과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생활의 발견 등 적지 않은 코너들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기 이전인 올 봄과 여름 ‘달인’으로 버텨왔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두분토론’ ‘발레리노’ 등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달인’만은 그런대로 완성도와 긴장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김병만은 무관이었다. 벌써 4년째였다.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기자도 지난 11월 21일 ‘KBS 연예대상, 줄 사람 없다고?’라는 제목으로 “KBS는 김병만에게 올해 예능대상을 주기도 힘들고, 안주기도 힘들다. 안주면 역시 “KBS에 미운 털이 박혔구나” 하고 받아들일 것이고, 상을 주면 “집 나간 애한테까지 대상 줄 필요 있나”라는 내부 정서에 직면하게 된다”고 썼다.
 
김병만은 기자에게 2009년초에 달인을 정말로 접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7년 12월 첫선을 보인 ‘달인’이 소재 고갈로 이어가기가 버거워질 때까지 가고싶지 않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런 김병만을 설득시켜 올해 11월까지 ‘달인’을 연장시켜왔다. 덕분에 김병만에게는 차력사, 스턴트맨, 기인 등 개그맨으로는 이례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됐다.
 
김병만뿐만 아니라 올해 KBS 예능대상에는 유난히 ‘빈손’들이 많았다. 대상 후보중에서 대상을 선정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수상자 결정방법에는 개선해야 할 허점이 올해에는 유난히 크게 띄였다. 이는 KBS 연예대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3사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의 수상자 시스템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당초 KBS가 발표했던 올해 대상 후보자 리스트에 오른 유재석 신동엽 김병만 이승기 이경규 중에는 이승기를 제외하면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대상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한해 동안 활약상과 기여도가 매우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상을 못받으면 아무 상도 못받는다. 대상후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활약도가 떨어졌던 사람들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는다. 대상후보에 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사람만 대상을 받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 받는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졌다.
 
수석입학자에 이은 차점자는 엄연히 2등이다. 등외가 아니다. 미스코리아 진(眞) 후보에 오른 세 명중에서 한 명에게 진을 주면, 나머지 두 명에게는 선(善)과 미(美)라는 상이 주어진다.
 
현행 수상자결정방식에는 대상 후보자중 누구에게 대상을 줘도 피해자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사안이 소홀히 다뤄진 이유는 연예대상을 유재석과 강호동이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경규 정도가 변수였다.
 
강호동이 대상을 받으면 유재석은 빈손, 유재석이 받으면 강호동이 빈손이었다. 하지만 이 ‘빈손’도 다른 방송국에 가면 반드시 대상 하나 정도는 받았다. 강과 유의 대결은 1 대 2, 2 대 1,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강호동이 갑자기 빠진 상태에서 KBS가 팀에게 대상을 주자 ‘무더기 빈손’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의 개선책으로 대상 후보를 5명 정도로 발표하고 여기서 한 명의 대상자를 가린 후 나머지 4명에게는 최우수상을 주는 방식등이 제시되고 있다. 어쨌든 활약상이 가장 큰 예능인에게 1등상인 연예대상을 줬다면 2등에게는 빈손이 아니라 최우수상을 주는 게 맞다. “대상 후보가 어떻게 최우수상을 받느냐고” 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대상 후보자를 제외한 상태에서 최우수상,우수상 후보군을 정하다 보니 이 후보들의 면면이 옹색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아무래도 김병만과 유재석, 신동엽이 대상은 커녕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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