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은 정규편성 될 수 있을 것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4부작 파일럿 예능 <6자회담>은 끝내 2%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적인 이슈가 있어도 별 타격이 없었고 SBS <불타는 청춘>의 재미가 들쑥날쑥해도 전혀 시청자들을 흡수하지도 못했다. 캐스팅은 화려한 편이지만 이슈는 딱 거기까지였다. <6자회담>이 가진 특색은 이경규, 김용만, 박명수를 한데 모은 캐스팅보다 관찰형 예능 시대에 예능인들의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보겠다는 포부와 예능인들의 시선이었다. 이경규는 계속해서 관찰형 예능이 대세인 시대에 이런 색다른 예능도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원초적인 웃음보다 공감 요소가 예능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시대를 살아가는 예능인들의 결연한 반격처럼 느껴졌다.

오늘날 예능은 박명수가 말한 대로 전문성, 진정성, 참신성과 같은 이른바 시청자의 일상과 교감 지점 마련에 있다. 하지만 <6자회담>은 관찰예능의 문법 대신 성역 없는 토론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공감과 정보를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과거 예능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를 제외하고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우선, 모두 어디선가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토크는 ‘지붕 안 마에스트로’, ‘버럭’ 등등 너무 익숙한 캐릭터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혀 신선하지 않았고, 예능인들이 다루는 정보는 예상대로 얕았다. 그러다보니 금기의 확장이나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시청자들이 느낄만한 진보는 없었다.



<6자회담>의 형식과 태도도 새롭지 않다. <비정상회담>이나 과거 <썰전> 2부와 유사하다. 방송 업계에 관련된 이야기와 다양한 사회 이슈를 성역 없이 다루면서 재미를 만들어내겠다는 건데, 초기 <라디오스타>의 태도나 <썰전>의 이슈파이팅을 넘어서면서도 이제는 1인 미디어와도 경쟁해야 하는 고난도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고 기다려보니 그동안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고, <한끼줍쇼>처럼 캐릭터를 전복시키는 신선한 시너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향하고 있는 시선의 방향이다. 꼰대, 교육, 영화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6자회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예능과 방송가의 변화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실제로 1회 후반부와 2회에서 내부자,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예능인들이 바라보는 예능의 정의와 환경의 변화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앞서 언급한 이경규의 멘트와 더불어 <6자회담>의 기획이 관찰예능 일변도로 흐르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식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중요할까? 예능 칼럼을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예능인들의 입을 통해 직접 업계 고민이나 위기의식을 듣는 게 흥미로울 순 있지만 보통의 시청자들에게 반 관찰예능 정서가 재미있는 시선으로 다가가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상성을 가미한 판타지를 제안하거나 어떻게 더 웃긴 웃음을 내세울지 고민하는 편이 더 적절하지, 예능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 시청자 친화적인 기획 방향이 아니다.

게다가 전문성이나 참신함이 담보되지 않는 예능인들이 주고받는 꼰대, 사교육 문제, 유튜브 방송, 가짜뉴스, 한국식 나이에 대한 사회 이슈 토론을 과연 지켜볼 이유로 넘어가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유튜브 대세론,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의 차이와 같이 대부분 아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SKY 캐슬]을 매개로 입시 전문가와 서울대 의대생들에게 이야기를 짧게 듣는데 머물고 마는 한계가 반복되고 감동이나 교훈으로 정리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러다보니 그토록 구분 짓기를 원하는 관찰형 예능과 달리 예능인들이 만드는 예능임에도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예능인들이 다양한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인 <6자회담>에서 이경규는 이 파일럿이 웃음, 재미, 공감, 정보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동시간대 1년짜리 정규 프로그램 대신 이 프로를 택한 만큼 나름의 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이슈들은 모두 시의성이 있고, 예능인들이 예능 관련 주제를 다루는 데서도 진정성이 느껴졌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봐야 할 별다른 이유는 찾기 힘들다. 작은 식당에도 키오스크가 들어오는 마당이니 변화를 마주하는 결연함을 안타까워할 여유는 아마도 없을 거다. 만약 관찰형 예능이 주도하는 판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면 어떤 설득이 아니라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어야 했다. 그런데 예능인들이 모였다니 기대한 웃음의 난장과 달리 모든 면에서 밋밋했다.

<6자회담>에는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고민보다 관찰예능 시대가 지속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KBS에서 점점 설 곳이 줄어드는 자사 코미디언들을 적극 활용해서 만든 예능 <인간의 조건>이 관찰형 예능의 시초였다는 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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