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우 “꽃미남 라면가게 차치수, 나와 잘 맞았다”[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리가 화면을 보다가 숨이 멎을 듯 놀랄 때가 있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의 얼굴이 노란 우산 아래로 드러나는 순간 여성 관객들은 탄성을 질렀고,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올리비아 핫세가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도 그랬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윤호’가 교실 창문을 넘어 등장하는 순간 역시 충격적이었다. 마치 순정만화에서 바로 빠져나온 소년 같았으니까.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웃을 때 얼굴은 ‘이윤호’ 그대로다. 그러나 웃음을 거두자 이내 SBS <49일>의 ‘스케줄러’의 냉정한 표정이 된다. 연기자 정일우의 진짜 얼굴은 뭘까? tvN <꽃미남 라면가게> 마지막 회가 방송되던 날 그를 만났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다들 그 때 ‘쟤는 도대체 누굴까?’ 했죠. 그런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스텝에게 정일우 씨가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연구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어요. 스무 살, 어린 나이였는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컸나 봐요?

A: 연기자로서의 자질도, 끼도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잘 소화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해야만 그나마 결과가 조금 보였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몇 백번은 봤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대본만큼은 열심히 보지만. 처음 맡은 역할이고 정말 하고 싶었던 시트콤이어서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Q: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된 거잖아요. 부담이 되기도 했을 텐데요.

A: 부담이 컸었어요. 그래서 그 작품 끝나고 일 년 넘게 공백기를 가졌었죠. 비슷한 캐릭터로 쉽게 가는 길은 원치 않았으니까요.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충분히 채워서 롱런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공백기를 두었었는데 그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Q: 후속 작으로 MBC <돌아온 일지매>, KBS2 <아가씨를 부탁해>가 있었지만 사실 SBS <49일> 때부터 비로소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잖아요. <49일> 출연 직전에 정일우 씨가 출연한 연극 <뷰티풀 선데이>를 봤는데요. 큰 기대를 가지고 갔던 건 아니었는데 연기가 상당히 늘었더라고요. 소극장 무대는 관객의 반응이 바로 느껴지니까 색다른 경험이었겠고, 또 배운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A: 네, 연극은 NG도 없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 그 날 그 날의 공연이 달라지기도 해요. 63회나 되는 공연을 해본 거거든요. 한 작품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 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Q: 동성애자 캐릭터라 좀 망설였을 것 같은데.

A: 망설이진 않았어요. 학교 교수님께서 연극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셔서 선택했는데 연극 무대가 결국 제 연기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죠.



Q: 그러고 나서 <49일>에 출연하니 뭔가 달라져있었어요. ‘스케줄러’는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였는데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졌어요.

A: ‘스케줄러’라는 캐릭터가 현실적이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도 죄다 찾아서 봤고요. 그중 영화 <조블랙의 사랑>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저승사자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연기하잖아요. <49일>의 ‘스케줄러’는 비록 귀신이지만 20대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처럼 그리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상대역인 이요원 씨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요원이 누나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평을 받은 만큼 저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Q: tvN <꽃미남 라면가게>의 ‘차치수’는 어느 때보다 딱 맞는 옷이었죠?

A: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편하게 촬영한 것 같긴 합니다. 표민수 감독님께서 차치수를 연기하자면 판타지를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차치수는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차치수는 재벌 2세이고, CEO 마인드를 갖게끔 길러진 인물이라서 친구들을 만날 때도 윗사람이 아랫사람 대하듯이 대하잖아요.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인물로 캐릭터를 잡았고요. 그랬던 차치수가 양은비(이청아)라는 친구를 만남으로써 판타지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어요. 캐릭터가 저와는 잘 맞아서 편했고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Q: <꽃미남 라면가게>가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한류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일본에서 팬 미팅도 했다면서요? 한류스타가 되어서 이제 더더욱 보기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웃음) 팬 미팅 반응은 어땠어요?

A: 아무래도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겠죠. 일본 팬들도 다행히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일본 공중파에서도 방영될 예정이에요. 내년에 프로모션도 잡혀있고요.



Q: 연기를 하는 동안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A: 고등학생 때부터 9년 동안 연기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십니다. 한양대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한데 그분의 영향을 받아서 한양대학교에도 진학하게 되었어요. 윤희영 선생님이신데요, 힘들 때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늘 만나 뵙고 상담을 받아요. 시트콤 때 할머니이셨던 나문희 선생님께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요. <49일> 촬영을 앞두고 명절에 인사차 찾아뵈었었는데 빨리 대본을 가지고 오라고 하시면서 직접 연기 지도를 해주시는 거예요. 정말, 정말 감사하죠. 이순재 선생님도 자주 찾아뵙고 있어요.

Q: 우연히 어머님과 자리를 함께 한 걸 몇 번 뵈었는데 참 미인이시더군요. 보통 장성한 아들들은 엄마에게 시큰둥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귀찮아하기 마련인데 보기 드물게 다정한 모자지간이시더라고요. 제 아들은 무뚝뚝한 편이라 <거침없이 하이킥> 때 윤호 군의 ‘어마마마 움짤’을 간직했다가 우울할 적마다 꺼내보며 위로 받곤 했었어요. 그 애교가 연기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A: 네, 맞아요. 사실 어머니께 뭔가 얻어내야 할 때 자주 그러곤 했어요.(웃음) 요즘은 일을 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어머니께 까칠 할 때도 많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죄송하지만. 그래도 저는 어머니와 데이트를 많이 하는 편이네요. 어머니 영향으로 맛 집 순례도 즐기게 되었고요. 워낙 바쁘시다 보니 서로 시간이 잘 맞지는 않지만 틈날 때 마다 자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녀요. 일할 때 항상 겸손 하라는 조언을 늘 하십니다. 작품을 고를 때는 “네가 정말 후회 안 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겠으면 해라.” 라고 충고해주시고요.

Q: 오래 전 일이지만 친 누나의 미니홈피에 남긴 다정다감한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였어요. 누나와도 친한 편인가요?

A: 누나와 꽤 오래 떨어져 지냈거든요. 아무래도 그래서 더 살가운 글을 남겼던 것 같아요.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만. 떨어져 있으니 더 돈독해지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됩니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유리나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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