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우 “‘하이킥’, 연예인에 대한 환상 깨졌다” [인터뷰2]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산뜻한 외모에 여유로움이 더해져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원할 것 같았건만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정일우는 연기와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바로 진지한 얼굴로 돌아갔다. 순정만화에서 자기계발서를 오락가락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변함없이 배어나오는 건 예의와 배려와 의리였다. 며칠 있으면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는,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한참 많은 청년. 이 청년의 미래가 왜 이리 기대되는지 모르겠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동년배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행보가 신중한 편이지 싶어요. 작품도 심사숙고해서 고르는 것 같고, 구설수에 휘말린 적도 없었고. 자기 관리가 철저해 보여요.

A: 일단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지만 음, 매니저 형들과도 한 작품을 놓고 한 달 이상 얘기를 나눕니다. 형들의 의견도 중요하니까요. 그러다보면 의견이 엇갈려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작품 선택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과 의논하려고 하죠. 연기 선생님께나 연기자 선후배 분들께도 조언을 구하고요.

Q: MBC <해를 품은 달>은 출연이 확정이 된 건가요? 사극 <돌아온 일지매> 때의 연기, 저는 참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A: 아직 미정이에요. 신중히 고민 중입니다. 마음에 들긴 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인지, 뭐 이것저것들 때문에요. 사실 출연제의가 들어온 시점이 불과 얼마 전인데 덜컥 기사부터 나와서 당황했었어요. 아직 확정은 짓지 못했지만 하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해야죠. <돌아온 일지매>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저 역시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며칠 뒤, 출연이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Q: 그렇다면 그렇게 오랜 고민 끝에 선택했을(웃음) <아가씨를 부탁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일단 캐릭터가 맞지 않았어요. 인권 변호사라면 누구나, 이를테면 유시민 씨 같은 사람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샤방샤방한 미소년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말쑥한 슈트를 입은 재벌가의 아들이 인권변호사라니, 캐릭터 자체가 공감이 가지 않았던 거죠. 그 작품으로 배운 것이 있다면요?

A: <아가씨를 부탁해> 또한 제 작품이기 때문에 신중하지 못했던 부분, 그리고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째든 제 책임이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고 또 속상합니다. 하지만 그 작품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으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 후 1년 반을 또 쉬었는데 제 자신을 정화를 시키는 한편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1년 이상 쉴 정도의 그 ‘신중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연기 공부는 열심히 하나요?

A: 할 땐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대본을 볼 때는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서울대도 갔을 텐데.’ 생각합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땐 연예인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근데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면서 그게 다 깨졌어요. 어려서 그랬겠지만 연기자들은 재밌는 삶을 살고, 맛있는 음식만 먹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너무 고생스럽고 잠도 못자고 매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연예인을 하다가는 큰 일 나겠다 싶었죠. 몸도 안 좋아지고 정신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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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래 쉬어서 의아했어요. 당시 인기가 대단했는데도 말이에요.

A: 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반면 후회되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연기자는 활동을 하고 작품을 해야 연기가 는다는 걸 <49일>을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됐거든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호흡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혼자 생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부딪치며 느끼는 바가 굉장히 많습니다.

Q: <꽃미남 라면가게> 마지막 회를 단체관람 한다고 들었어요.

A: 네, 사실 팬 미팅 계획이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촉박해 못하게 되었고요.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신 단체관람을 생각했어요. 팬들께서 기다리고 응원해 주신 것이 고마워서 무료로 초대했습니다.

Q: 팬들 입장에서는 참 답답할 것 같아요. 작품이 너무 뜸하니까요.

A: 올해는 그래도 작품을 꽤 한 편이어서 좋아들 하셨어요. 6년 동안 쭉 저를 사랑해주신 분들이니까요. ‘돌아온 일지매’ 때는 대만, 그리고 일본 촬영에도 다 따라와 주신 분이 계시거든요. 공항에 나와 주시고, 호텔 로비로 먹을 것도 사다주시고. 그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팬 미팅은 사실 말 몇 마디하고 노래하고 끝이니까 허무해하실 것 같아서 제 생일 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체육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Q: <꽃미남 라면가게>에는 이기우 씨, 이청아 씨 같은 기존 연기자들도 있었지만 신인들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신인 연기자들과는 호흡이 어땠는지요?

A: 다른 드라마보다 리허설을 많이 해서 그랬는지 잘 맞았어요. 극중 바울이와 현우 역할을 맡은 박민우, 조윤우 씨와는 촬영들어가기 전에 따로 만나서 연습을 하기도 했었어요. 호흡에 있어서 그 친구들이 잘 해줘야하는 제 캐릭터가 사는 부분이 있었는데 훌륭하게 소화들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Q: <아가씨를 부탁해> 때 정일우 씨가 맡았던 캐릭터와 이번 이기우 씨가 맡은 캐릭터의 위치가 같은데요. 애당초 여주인공과 이루어지지 못하는 설정이라는 점에서요. 그런 캐릭터를 맡았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좀 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아니에요, 그런 외사랑도 충분히 멋있게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연구를 많이 해야죠. 실제로 그런 캐릭터 중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캐릭터들이 많으니까요.

Q: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남궁민 씨처럼 말이죠? 그런데 차치수가 이해되는 점과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면요?

A: 음, 일단 저와 닮은 점이 굉장히 많아요. 샘을 잘 내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저를 많이 대입시키면서 연기한 작품이에요. 양은비 같은 누나를 좋아하는 건,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죠.(웃음) 어쨌든 이런저런 상황을 다 떠나서 한 여자에게 그렇게 올인하는 부분은 저와 비슷한 점이에요. 저도 한 번 좋아하면 다른 건 돌아보지 않는 편이거든요. 주위, 집안의 반대가 있어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어요!

Q: 사랑은 많이 해봤나요?

A: 아니요, 그렇게 많이 해보지는 못했어요. 제가 사랑을 할 때 어떤 스타일인지 알기 때문에 일 할 때는 연애를 못해요. 일에 지장을 주니까요.

Q: 그래서 작품 수가 그렇게 적군요.

A: 하하, 아니에요. 하지만 쉴 때 연애를 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연애를 해서 쉬는 건 절대 아니고요.

Q: 그럼 오래 쉬었던 2008년, 2010년에 연애를 하셨겠네요.(웃음) 영화를 두 작품 밖에 안 하긴 했지만, 그 땐 어떤 걸 배웠나요?

A: 영화는 보다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잡고 갈 수 있고, 시나리오가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시작을 하니까 감독님과 의논을 충분히 하고 확실하게 설정을 잡을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드라마는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시시각각 대본이 달라지니까 또 나름 재미가 있고요. 영화도 매력이 있어요. 앞으로 연극, 영화, 드라마 모두 꾸준히 하고 싶어요.



Q: 이제 또 2012년은 쉬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어요. 아마 팬들도 같은 걱정일거에요.

A: 아닙니다. 2012년도 계속 열심히 달려 나갈 계획이에요. 배우로서의 확실한 색깔을 갖는 게 급선무입니다. 눈빛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어야죠. 이번에 제 팬 중 한 분을 만났는데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기억하는 사람이 부모님과 저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거침없이 하이킥> 때부터 저를 좋아했다고 들었는데요. 이제 막 스무 살이고 연기자를 준비했던 친구인데 지능이 3살 꼬맹이가 된 거예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친구가 저를 보고 힘을 내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었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고요. 어서 빨리 치유되었으면 좋겠어요.

Q: 50대인 저도 일명 ‘어마마마 움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적마다 기분 전환을 했으니 일우 씨를 보면서 힘을 얻은 사람이 아마 천명은 족히 되지 싶네요. 좋은 일 하고 계신 거예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해를 품을 달>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고요.

epilogue
차기작으로 거론 중인 <해를 품은 달> 얘기를 꺼내자 금세 표정이 경직된다. 생각이 많지만 포커페이스는 영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러나 <꽃미남 라면가게>가 막을 내린 며칠 뒤 <해를 품은 달>의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철딱서니 없는 재벌 2세 ‘차치수’에서 전왕의 서장자 ‘양명’으로 자리바꿈하는 순간이다. 왕자 ‘양명’, 자유를 쫓는 유유자적한 풍류남아라고는 하나 어째 내면에는 고뇌가 가득한 인물이지 싶다.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유리나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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