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버닝썬 승리 게이트, 몸통은 공권력 비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파면 팔수록 썩은 권력의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3개월여 간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한 내용들은 충격적이지 않은 게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여러 군데서 풍겨나는 경찰 유착의 정황들이었다. 버닝썬은 마약, 성폭력, 탈세 같은 갖가지 범죄의 온상이었지만,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건 경찰들이 연루되어 있어서였다. 그것은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뉘앙스까지 풍겼고 심지어 경찰이 아예 주주가 되어 운영되는 클럽이 있을 정도로 공권력의 부패는 심각해보였다. 그리고 그건 꽤 높은 윗선의 권력으로까지 이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여러 취재들을 통해 제기한 의혹들은 먼저 필리핀에서 승리가 10억 원을 들여 했다는 생일파티가 실질적으로는 클럽 버닝썬의 사업설명회를 겸하고 있었다는 것, 버닝썬의 투자자들은 현금장사로 탈세가 일상화된 이 곳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심지어 삼합회 쪽의 검은 돈이 투자금의 형태로 들어와 세탁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승리 같은 연예인이라는 간판은 이런 사업을 이른바 ‘문화사업’이라고 포장하기 좋았다는 것, 투자자들(주로 해외)을 위해 성 접대까지 이뤄졌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범죄의 온상을 덮어주는 공권력의 유착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버닝썬과 관련하여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받은 350여 건의 제보에 따르면, 각종 폭력과 성범죄가 그 곳에서 발생했고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벌이 이뤄진 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번 ‘버닝썬 게이트’의 문을 연 김상교 씨가 당했던 폭력은 그 많은 폭력들 중 하나였다고 보인다. 한 제보자는 VIP룸에서 한 여자가 거의 실신상태로 성폭행을 당하는 것이 의심되어 112에 신고했지만 두 시간이나 지나 “신고하셨죠?”하는 전화가 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제보자가 112가 아닌 119에 먼저 신고를 했고 119에서 자신들에게 요청이 왔다고 증언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통화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제보자가 112에 전화를 한 건 사실이었다. 경찰 측에서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경찰과 버닝썬이 유착되어 있다는 정황은 여러 제보자들의 증언들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미성년자 출입사실이 드러날까봐 덮은 정황도 있었고, 심지어 영업정지를 먹은 적도 있었지만 버닝썬은 바로 다음 주에 영업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명 ‘밤의 해결사’라 불리는 경찰 측 유착 인물인 전직형사 강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보다 윗선의 “체계적인 플랜”이 있다며 경찰 고위권력자의 개입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실상 그 역시도 정기적으로 버닝썬으로부터 돈을 받아왔고 경찰직에서 파면당한 후에도 계속 경찰과의 고리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강씨 혼자의 유착이 아니라 경찰 내부에 더 많이 연루된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정준영 사태로 이어지면서 경찰이 정준영의 집이 아닌 그의 휴대폰이 맡겨진 포렌식업체를 먼저 압수수색한 일에서도 드러난다. 김지미 변호사는 “정준영의 집을 먼저 압수수색하지 않고 포렌식업체를 압수수색한 것이 이상하다”며 “검찰이 가지고 있는데 굳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제보자가 오히려 경찰에 의해 색출되고 검거되기도 하는 상황은 이 사안에 대한 제보를 하는 이들이 극도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할 제보자들이 오히려 추궁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버닝썬 게이트 그 본질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건, 아마도 이 게이트에서 대중들의 시선이 승리와 정준영이 벌인 추잡한 갖가지 범죄정황에 집중되고 있지만 그 본질에는 이들이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방송에까지 나와 그걸 성공한 사업이라고까지 얘기하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이들 이면에 숨겨진 공권력 비리가 본질이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을 게다. 물론 승리와 정준영의 단톡방 내용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실체는 대중들의 분노가 당연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들 같은 괴물(怪物)들을 앞세워 뒤로 숨어 공권력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괴수(魁首)들을 척결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사건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이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고 버젓이 활동할 수 있게 이미지까지 만들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그 범죄행위에 공조하게 된 방송가의 도덕적 해이 또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 잘못된 성의식, 땅에 떨어진 윤리의식, 갖가지 범죄와 그 범죄를 덮어주는 공권력 그리고 방송이 만들어주는 이미지 권력까지... 마치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일들이 버닝썬 게이트 속에 모두 담겨져 있다.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버닝썬 게이트의 권력과 유착된 갖가지 범죄들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의 본질에 닿아 있다고도 보인다. 우리가 이 게이트에 대한 본질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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