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방’, 더 부드러워진 강호동을 접하고 싶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각 방송사마다 일요 예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신규 프로그램들을 대거 선 보이고 있는데 저녁 뉴스 시간대에 방영하는 올리브TV의 <모두의 주방>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파일럿 방송 후 올해 2월 말 정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소셜 다이닝’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채널의 정체성에 맞게 요리에 중심에 두고 있지만 기존 쿡방이나 먹방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 한 끼 식사를 함께 차리면서 나누는 대화나 서로를 알아가는 풍경 속 따뜻함이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는 음식이나 레시피보다 핵심이다. 즉, 연예인들이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토크쇼인 셈이다.

인위적인 만남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나누는 따뜻함이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물론 이런 식으로 방송국 밖으로 나와 진솔한 무대를 마련하는 토크쇼는 <인생술집>도 있고, 각종 여행 예능도 있다. 하지만 <모두의 주방>은 요리가 주재료고 토크가 가니쉬처럼 곁들어 진다는 게 포인트다. 각자 알아서 준비해온 요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토크쇼의 핵심인 근황이나 에피소드, 개인기 토크 같은 전형적인 소재가 없고, 이를 지휘하고 조율하는 진행자 역할이 희미하다. 대신, 함께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 모두가 집중한다. 광희는 제작발표회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요리에 집중해서 토크를 안 할 때도 있다”면서 “대신 중간중간 예상하지 못한 대화가 많이 나온다. 요리를 하다 서로 하고 싶은 대화를 하는 식으로 편하게 촬영 중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눈길이 가는 인물이 강호동이다. 분위기 좋은 쿠킹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이자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도회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이제 50대가 된 아저씨가, 예능 사상 최고의 에너지레벨로 몰아붙였던 MC가 뒤로 빠져서 어울리고자 한다. 첫 회 첫 장면부터 이제 50대가 되는 자신의 나이를 씁쓸하게 언급하며 “이수근, 은지원 등 매일 아는 사람과 먹는 밥이 지겹다. 이제 나만의 요리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시작한다. 지난 20여 년간 늘 해오던 방송 스타일이나 함께해온 동료에서 벗어나 새로운 만남과 요리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 영역에 도전하는 출사표다. <유퀴즈>나 <미추리> 등 점점 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천착하는 유재석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물론, 회차가 거듭될수록 어쩔 수 없이 존재감이 드러난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거미에게 틈만 나면 노래시키고, 이엘리야와 광희의 러브라인을 조장하는 등 몸속에 인처럼 박혀 있는 강호동식 진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1회의 경우 의도적으로라도 중심에 서려고 하지 않고, 이청아, 사쿠라 등 새로운 파트너들에게 굉장히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 존재조차 몰랐던 사쿠라와의 만남은 강호동의 이런 태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어가 서툴고 멤버를 제외한 친구도 한 명 없다는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에게 뭔가 뽑아내려는 진행자가 아닌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꾸라동’(사쿠라+강호동)이라며 먼저 다가가 우리나라 말도 알려주고, ‘꾸라쇼’처럼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배려해서 만든다.

물론,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요리가 전개되고, 또 대화에 그 틈틈이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구슬을 한데 꿰어줄 실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서 쿡방이라고 하기에는 요리가 권위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고, 토크는 자연스럽지만 딱 방송용이라 어중간하다. 유튜브 요리채널처럼 요리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요리를 하는 가운데 나누는 대화의 깊이나 소재가 일반 토크쇼를 넘어서는 수준은 또 아니라서 신선함보다는 산만함이 느껴진다.



힐링코드로 접근하는 저자극성은 좋은데 출연진들도 물론이고, 시청자들과 공유할 주제가 딱히 없다보니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이나 몰입도를 키우는 판타지의 제안 측면에서 취약하다. 낯선 이들에게 대접하는 밥 한 끼라는 부분에서 <스페인하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건 채널 인지도 차이만큼이나 정서적 공감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 중 출연진들은 ‘가족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짜 친해졌다기보다 방송 촬영장의 느낌이 강해서 정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업계에서 대단한 일가를 이룬 강호동이 여전히 열린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모두의 주방>은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강호동이 추구하는 변화의 최전선이다. 아기자기한 미술과 화면에 요리를 담는 노하우는 출중하다. 따라서 자극보다는 심심하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요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강호동의 더욱 유해진 얼굴을 접할 수 있는 <모두의 주방>을 권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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