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드라마 ‘빅이슈’가 시시한 건 김학의 때문일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스타나 권력층의 뒤를 캐는 파파라치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상화 된 지 오래다. 더구나 지금은 연일 뉴스를 통해 대한민국 연예계와 정재계의 밑바닥을 눈으로 확인하는 중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치부가 있었겠으나, 이제는 낱낱이 그 썩은 속살들이 밝은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SBS 드라마 <빅이슈>는 현실의 그 지점을 파고들기 딱 좋은 이야기다. 파파라치 신문 선데이 통신 편집장 지수현(한예슬)과 알코올중독 전력이 있는 파파라치 기자 한석주(주진모)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언가 지금 이 시대의 바퀴벌레들, 하지만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될 가능성도 있는 바퀴벌레들이 보여주는 세상과의 한판을 드라마에서 신나게 그려줄 거란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허나 현실이 워낙 다이내믹하고 끔찍해서일까? <빅이슈>는 그리 대단치가 않다. 대사들은 문어체인데, 툭툭 던지는 농담은 뜬금없다. 이런 방식의 지루함은 <빅이슈>를 보는 내내 자주 이어진다. 순간적으로 몰입되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필요 없이 늘어지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그런 면에서 <빅이슈>는 같은 방송사의 <열혈사제>와 비교되는 면이 있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도 이야기 진행은 더딘 감이 있다. 하지만 <열혈사제>는 특유의 찰진 대사와 캐릭터간의 앙증맞은 호흡으로 한 시간이 훌쩍 간다.

그에 비하면 <빅이슈>의 캐릭터들은 각자 자기 할 말을 떠벌이기 바쁘다. 캐릭터간의 호흡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파파라치 세계에 대한 지루한 설명들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설명된다. 소재만 보면 반짝하는 센스가 넘치는 트렌디한 드라마가 같지만 뭔가 1990년대 방화 같은 낡은 진행방법인 것이다.

결국 <빅이슈>의 빅이슈는 tvN 드라마 <화유기>를 넘는 대형 방송사고로만 정점을 찍은 듯하다. 초록색 창이 이토록 화면에 자주 등장한 드라마는 없었으니까.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다 지워주세요.”라는 지시문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빅이슈>는 그 동안 시청했던 순간을 다 지워버리고 싶게 만든다.



아니, 뭐 그래도 마지막에 큰 웃음은 줬으니 괜찮다. 하지만 현실의 <빅이슈>는 그리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제는 아이돌에서 피의자가 된 승리와 정준영이 포함된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단톡방 빅이슈로도 감출 수 없는 더 큰 빅이슈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배우 장자연을 자살로 몰아넣은 베일에 가려진 이들에 대한 실체가 이제야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또한 영화 <내부자들> 폭탄주 장면은 노인네 재롱잔치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김학의 동영상을 둘러싼 흉흉한 이야기들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명명백백 알려지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의 ‘빅이슈’에 따르면 동영상 속 김학의와 윤중천은 서로의 모습을 번갈아 찍어주었다고 한다. 이 권력의 꼭대기를 탐하던 사내들은 왜 서로의 헐떡대는 얼굴을 파파라치처럼 찍어댔던 걸까? 물론 피해자 협박용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성욕과 권력욕이 결합된 쾌락을 순간이 아닌 영원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더구나 윤중천의 진짜 욕망은 김학의의 명예-팔루스였고, 김학의의 욕망은 윤중천의 자본-팔루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두 남자는 자신들이 욕망하는 팔루스의 얼굴을 서로 찍어준 셈이다. 정말 끔찍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인 것이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얼굴을 명확하게 찍은 그 동영상은, 지금 이 순간 그들을 옥죄는 수갑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김학의의 모습에서는 그저 제주에서 발각된 베이비로션 검사의 초라한 잔상만 떠오를 따름이다. 그래, 그게 그들의 예정된 운명이라면 그래도 신의 존재를 아주 약간은 믿을 수 있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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