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실세까지, ‘자백’ 이준호의 진실 추적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 드라마]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나. tvN 토일드라마 <자백>은 보면 볼수록 거미줄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드라마다. 그저 각각 벌어진 사건처럼 여겨지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연결되고, 각각의 인물들 또한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 드라마는 최도현(이준호)과 기춘호(유재명) 그리고 하유리(신현빈)라는 이 거미줄 위에 놓인 세 인물들이 저마다 이 거미줄 전체의 그림이 지목하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백>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그저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른바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으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의 전모를 찾아내 누명을 벗게 하려는 최도현. 시청자들은 그가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벽에 붙여 놓은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 관련자들의 복잡한 요약도를 들여다보며 느꼈을 진실에 대한 갈증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에서 최도현의 아버지를 현장에서 검거했지만 스스로 살인을 자백하고 검찰에 바로 이관됐던 당시 사건에 의문을 품던 기춘호 형사는 그 요약도를 보며 최도현과 똑같은 의문을 품는다.



이들은 10년 전 있었던 ‘창현동 살인사건’과 5년 전 벌어진 ‘양애란 살인사건’ 그리고 현재 벌어진 ‘김선희 살인사건’이 어쩌면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과도 연계된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 동일한 수법 때문에 단지 한 연쇄살인범의 범행이라 여겨졌지만, 김선희 살인사건 용의자로 붙잡힌 한종구(류경수)가 5년 전 ‘양애란 살인사건’은 자신이 ‘창현동 살인사건’을 모방해 저질렀지만 ‘김선희 살인사건’은 자신의 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왜 그가 그런 모방 살인을 했는가가 의문점으로 제시됐다.

그런데 한종구가 과거 차승후 중령의 운전병이었다는 사실과, 최도현과 기춘호가 수사하며 알아낸 창현동 살인사건의 희생자 고은주를 죽인 범인이 당시 군대 영창에 수감 중이라는 알리바이로 용의선상에서 배제됐던 조기탁이라는 사실은 이들 일련의 살인사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암시한다. 결국 창현동 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로 조기탁이 떠올랐고, 그의 집을 찾아간 최도현과 기춘호는 그 곳에서 간호사 조경선(송유현) 명의의 고지서를 발견함으로써 이 두 사람 역시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편 하유리는 기자였던 아버지의 유품을 확인하다 수첩에 적힌 ‘청와대를 움직이는 그들의 실체는?’이라는 글을 통해 아버지가 생전에 무언가 거대한 사건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부친 사망 직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가 있던 윤철민 경위는 자살로 부패방지처 검사 노선후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을 알아낸 하유리는 노선후 유족의 집을 찾아갔다가 집 앞에서 진여사(남기애)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최도현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 사무보조일을 자청한 진여사의 행보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진여사 역시 어쩌면 이 거대한 사건의 피해자 유족일 수 있다는 것.

아직 모든 게 확연히 밝혀진 건 없지만, 어느 정도의 거대한 사건의 윤곽은 드러났다고 보인다. 무언가 ‘청와대 비선실세’들이 저지른 권력 비리(아마도 군수 산업과 관련된)가 존재하고 그 사실이 유출되거나 드러나자 관련자들이 모두 죽거나 희생되었다는 것. 최도현의 아버지가 사형수가 된 것도, 하유리의 아버지가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도 모두 이 사건의 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미로 같은 거미줄 위에 놓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백>은 의외로 기꺼이 시청자들을 그 거미줄에 걸려들게 만든다. 그것은 무관해 보였던 사건과 인물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마치 퍼즐 맞추기의 쾌감 같은 걸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퍼즐이 맞춰져가면서 드러날 전모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사건이라는 점은 진실에 대한 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비선실세의 존재가 드러났던 지난 정권이 준 충격은 <자백>이라는 드라마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런 드라마 같은 사건이 실제로 벌어졌었다는 사실은 유사한 구조의 사건을 소재로 다루는 <자백>을 훨씬 개연성 있는 작품으로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시 매일 매일 뉴스를 들여다보며 느꼈던 진실에 대한 갈증과 분노 또 그 진실이 파헤쳐질 때 느꼈던 어떤 통쾌함 같은 경험들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백>이 복잡하게 쳐 놓은 거미줄에 기꺼이 걸려드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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