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기부하는 연예인, 마약·성폭력 하는 연예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속초, 강릉, 동해, 인제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강원 산불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 연예인들은 자발적으로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행렬을 이어갔다. 이민정, 이병헌 부부는 물론이고, 아이유, 싸이, 소유진, 남주혁, 송중기, 정해인, 거미, 조정석, 김희철, 정일우, 케이윌, 임시완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연예인들이 기부와 구호의 손길을 보탰다.

한 톱스타 여배우는 기부하면서 익명을 요구해 대중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이 여배우는 조용히 돕고 싶은 진심이 혹여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기부에 동참한 연예인들 중에는 이름을 알리지 않은 이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의 댓글란에는 그래도 “선행은 알려지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베스트댓글로 올라왔다. 이른바 ‘선한 영향력’이라는 게 실감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연예인 관련 소식은 ‘선한 영향력’에 대한 것보다는 ‘악영향’에 대한 게 더 많아 보인다. ‘버닝썬 게이트’ 이후 끝없이 터져 나온 관련 기사들은 대중들이 생각하던 연예계에 대한 ‘선망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정준영과 빅뱅의 전 멤버 승리 등이 속한 단톡방은 마약, 성폭력, 경찰유착 같은 범법 행위들은 물론이고, 도저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어 보이는 폭력적인 언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들이 수차례 언급되기도 했고, 수액을 오래 맞으면 안 걸린다며 마약검사 피하는 방법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킬킬거린 이들의 전혀 죄의식조차 없어 보이는 언사들은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제 방송을 봐도 노래를 들어도 먼저 “저 친구는 문제없겠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생겨났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방송을 통해 형, 동생하며 선한 이미지를 내보였던 이들이 갑자기 그와는 완전히 다른 실체를 드러냈으니 믿고 신뢰하던 대중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적을 수 없다. 그 분노는 이제 그런 연예인들을 재미와 시청률에 경도되어 섣불리 카메라 앞에 세우고 이런 저런 자막과 편집으로 이미지 포장을 해온 방송으로도 이어진다. 방송도 더 이상 믿기 어려워진 것이다.

우리에게 구수한 사투리로 정겨운 ‘뚝배기 아저씨’로 통하던 로버트 할리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들은 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1997년에 한국으로 귀화한 그는 다양한 방송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아들과 또 아내와도 방송에 출연했다. 게다가 그는 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교육자 신분이다.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연예계는 결국 대중들과의 ‘신뢰’가 그 존재의 근거가 된다. 결국 대중들이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고, 그 신뢰가 있어야 다음 단계일 수 있는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받는 존재들은 그래서 그렇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기부 같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것이 연예계가 대중과 사회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산불 기부 같은 선행을 하면서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연예인이 있는 반면, 마약, 성폭력 같은 악행을 영원히 숨기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 연예인도 존재한다. 물론 이들이 연예계 전체를 대변한다 할 수는 없을 게다. 다만 이런 악영향이 반복되다 보면 연예계 전체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 강원 산불 기부 같은 연예계의 선한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않는 한 이미 한 차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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