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연예대상 유재석 수상소감 왜 화제일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매해 죄송하다는 얘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올해도 역시 죄송하고 미안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위해서 힘쓰는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이 안 되지만 늘 응원해주시고 박수 보내주시는 시청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29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201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내년에는 방통심의위에 계신 위원님들께도 큰 웃음 드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

유재석의 이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웃음과 함께 쓴웃음도 동시에 나오더군요. 유재석의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그 소감에 담긴 두 가지 의미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선 유재석의 이 같은 수상소감이 나온 배경은 아시지요. 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뜨겁게 거론됐으니까요. ‘무한도전’은 올해에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3번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모두 10번의 징계를 받아 ‘무한도전’은 징계 전문 프로그램이 돼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석의 수상소감이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징계 전문 프로그램으로 낙인찍혀 버린 ‘무한도전’은 수많은 시청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시청률 평가를 넘어선 한국 예능사에 새 지평을 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끊임없이 진화하는 캐릭터, 의미와 재미를 담보하는 멤버간의 관계 형성, 패러디, 풍자, 혼성모방에서부터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에 이르기까지 동원되는 다양한 웃음 기법 등 웃음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웃음의 장치이지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자막, 편집은 독창성이 넘쳐나고 매회 수행되는 미션 아이템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한국 예능 프로그램사에 남을 현재진행형의 신화적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최고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징계를 받는 걸까요. 정말 문제가 많아 징계를 받는 것일까요.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의 징계가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된 심의가 낳은 부당한 징계 남발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한 듯 합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의 징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국감장에서 지적했듯 ‘무한도전’에 대한 징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표적심의’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표적심의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무한도전’이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계층, 환경문제, 도시빈민, 88만원 비정규직 세대, 대학등록금 등 사회적 주제를 웃음 소재로 활용해 정부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각성시켜 미운털이 박히고 괘씸죄에 걸려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한도전’에 대해 진행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그동안의 심의와 징계 중 일부는 시청자 의식과 방송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데다 프로그램 전체적 맥락을 거세하고 지극히 지엽적인 한부분만을 침소봉대하는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나 청소년들의 프로그램을 해독, 분석하고 의미화 하는 능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징계도 있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의 문제있는 프로그램의 심의와 징계는 시청자의 정서나 교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방송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와 징계가 내려졌을 때만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 있는 심의와 무분별한 징계는 방송제작진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방송의 퇴행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행복과 즐거움을 얻는 시청자 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방통위 계신 위원님들께도 큰 웃음 드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라는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위원들께 징계(?) 받지 않고 큰 웃음을 주기위해 노력 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의 공정하고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져야하고 무분별한 징계를 자제돼야한다는 의미로도 해석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심의와 징계 남발이 지양돼야 제작진과 출연진의 독창성과 창작열의가 고조되고 표현의 자유를 넓혀 큰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대중음악계 종사자의 창작의지를 꺾고 대중음악 소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음반 심의로 논란을 야기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회 등 대중문화 관련 심의기관과 단체들 모두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시청자나 음악, 영화 소비자들이 앞장 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기관들의 방송,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심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공정한 심의가 나와야 대중문화 소비자의 권리가 확보되고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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