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전참시’ 이청아 매니저의 배려 지나치게 보였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한다고 했다. 편의점에 가서 생수 여러 통을 챙겨 전용 밴 냉장고에 채워 넣고 사비를 들여 산 미니 가습기와 미니 공기청정기를 켜서 차 안의 공기와 습도를 맞춘단다. 여배우를 전문적으로 해왔다는 이청아 매니저는 배우를 챙기는 섬세함이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의 스튜디오에서 이 일련의 과정들을 들여다보는 다른 연예인 출연자들은 그 디테일에 놀라워했다.

본격적으로 준비를 마치고 이청아를 픽업하러 가는 길, 미리 히터를 틀어놓고 충분히 따뜻해지자 이를 꺼놓는 매니저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자 여배우의 피부를 위해서라고 했다. 너무 오래 히터를 틀어놓으면 건조해진다는 것. 이청아를 태우고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 샵으로 가는 데서도 매니저의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한 배려가 두드러졌다. 차를 정확히 샵에 대서 문을 열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한편,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이청아가 평소 즐기는 입맛에 맞춰 김밥을 사다 챙겨줬다. 물병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아기들이 쓰는 빨대 나오는 물병뚜껑을 챙겨줄 정도로 매니저는 작은 일조차 놓치는 일이 없었다.



청아TV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매니저는 쉬지 않았다. 촬영팀들보다 더 거대한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로 홍보용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찍고 있는 이청아에게 혹여나 목이 막힐까 차를 갖다 주고, 손에 묻은 걸 닦으라고 냅킨을 챙겨주는 등 그는 누가 봐도 워커홀릭에 가까웠다. 촬영이 끝나고 잠시 남는 시간에는 이청아를 집에 바래다줘 조금이라도 더 편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은 회사로 복귀해 배우의 대본에 일일이 출연 신에 스티커를 붙여 보기 편하게 챙기는 일을 했다. 식사를 못했을 것 같아 이청아의 김밥을 챙겨오면서 정작 그는 식사도 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며 운전을 하는 모습에 이청아도 안쓰러워할 정도였으니.

이청아는 오히려 매니저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세심한 배려를 받는 일이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하는 건 부담되는 일일 수 있었다. 또 이청아의 말대로 어찌 보면 매니저의 컨디션이 배우의 컨디션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배우에게도 좋지 않은 일일 수 있었다.



방송은 이청아 매니저의 이런 놀라울 정도의 세심한 배려와 워커홀릭을 ‘프로페셔널’이라고 치켜세웠고, 심지어 양세형은 ‘하버드대 매너저과’ 수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극한직업’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매니저의 지나친 배려가 지금까지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봐왔던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줘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개그맨 같은 예능인들과는 다를 수 있는 배우들의 매니저가 갖는 차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었다. 따라서 <전지적 참견 시점>이 보여줬던 다소 판타지적인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일반적인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만들었다. 물론 이청아가 그렇게까지 하길 원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 매니저는 선배들로부터 이미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라고 배워왔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건 프로페셔널일까 아니면 지나친 걸까. 매니저라는 직업은 그것만이 가진 고유의 직능적 영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직능적인 영역일 뿐, 그 이외의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과연 우리네 연예계에서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연예인들과 그런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일의 영역이 배우를 챙기는 것이라 그렇게 보이는 주종 관계가 진짜 관계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청아와 매니저의 관계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니저의 몸에 배어있는 지나친 워커홀릭과 세심함에서 어쩐지 그 세계에서 당연하다 여겨지는 어떤 공기가 느껴지고, 그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져서다.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청아 매니저의 이른바 프로페셔널은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어떤 판타지를 슬쩍 흔들어 놓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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