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하숙’, 유해진의 유머는 일터를 즐겁게 만든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차승원과 배정남이 장을 보러 나간 사이, 유해진은 이케요 작업실(?)에 들러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 주 방영됐던 tvN <스페인 하숙>에서, 알베르게를 찾은 손님 하나가 입구를 찾지 못해 지나쳤던 걸 떠올리고는, 화살표로 입구 안내 표지판을 만들기 시작한 것. 합판에 줄을 그어놓고 보조가 되어버린 박현용 PD와 함께 하는 작업. 줄과 달리 잘라놓은 합판을 두고 “왜 그랬냐고? 내 맘이야”라더니 갑자기 <맘마미아>를 부르며 말장난을 시작한다.

잘 잘라놓은 화살표 표지판에 노랑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는 드라이기로 말려달라는 유해진에게 박 PD는 갑자기 “쿨로 할까요?”하고 물어 웃게 만든다. 박 PD가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나무를 잘라 지지대를 만드는 유해진. 표지판 말리는 일에 이케요 신입사원(?) 이란주 작가가 투입된다.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시트 치우러 갔다가 오는 길,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장이 그가 없는 사이 초콜릿을 먹는 박 PD를 발견한다. 사장 눈치 보며 초콜릿 먹다 딱 걸린 박 PD가 갑자기 일어나 견과류 드실래요 하고 묻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게 뭐라고 어느새 이란주 작가까지 투입되어 드라이기로 표지판을 말리고, 그 사이 사장이 선심 쓰듯 “배고프지”하며 견과류를 한줌씩 나눠주는 그 의도적인 훈훈함에 웃음이 피어난다. 어느새 이 이상하게 유쾌한 사장의 상황극에 빠져든 박 PD는 “(이 회사) 복지가 좋네요”라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우리 이케요는 일단 제품이 좋으려면 직원들의 복지가 좋아야 된다”며 너스레를 떠나는 유해진은 이제 아예 상황극 속에 푹 빠져 이케요 사장 목소리를 낸다. “대량생산을 못하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도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긍지를 가지고...” 그 말에 유해진도 PD도 깔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저 옆에 서 있다가 “조수가 없다”는 유해진의 말과 함께 바로 채용(?)된 박 PD. 때론 힘들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유해진 특유의 유머에 푹 빠져든 박 PD는 그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얼굴이었다. 이케요에 오면 “이런 일도 해야 한다”며 침대시트를 정리하던 유해진이 은근히 ‘박과장’이라고 부르며 직책까지 주자, 박과장은 이란주 작가를 인턴이라고 소개한다. 이제 유해진과 박과장은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트린다. 유해진은 문제의 견과류를 주며 “이렇게 주는 회사 있어? 견과류. 이렇게 주는 회사 없어. 그리고 일은 다 사장이 하고.”라고 말해 박과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유머는 전염되는 지 유해진이 만든 분위기에 직원들의 유머도 점점 업그레이드된다. 문득 생각난 듯 유해진이 박과장에게 “하고 많은 DIY 회사 중 우리 회사를 지원하게 됐냐?”고 슬슬 상황극에 시동을 걸자 박과장의 말 한 마디가 유해진을 쓰러지게 만든다. “견과류 준다고 해서.” 문득 그 유쾌한 일터를 보던 인턴이 “(창고에서 일하던) 구글 초창기 같다”고 말하자 유해진의 말장난 개그가 또 발동한다. “우리는 ‘찌개를’이야. 국이 아니라.” 그 말에 박과장과 인턴이 쓰러진다.

물론 이건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이 만든 일종의 상황극이지만, 적어도 이런 분위기라면 일할 맛 날 것 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일터가 진짜 힘든 건 대부분 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던가.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나서 유쾌할 수 있는 그런 일터의 분위기라면 능률도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페인 하숙>을 보면 유해진이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산책을 하고 아침부터 알베르게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만 나면 무언가 손님이 불편한 건 없나 확인하고 그걸 개선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특이한 건 그가 하는 일이 꽤 즐겁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즐겁기 그지없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터를 찾는 건 어렵겠지만, 유해진의 유쾌함은 적어도 사장의 즐거운 유머 하나가 일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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