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한국형 주말장르극의 새로운 계보 세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매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마지막회 최고시청률 22%(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열혈사제>의 성과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무엇보다 SBS가 <열혈사제> 한 편으로 갖게 된 ‘금토드라마’ 편성시간대는 의미가 크다. 물론 한때 SBS는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으로 드라마로 채우기도 했었지만, 자극적이고 뻔한 패턴을 가진 드라마들로 심지어 막장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열혈사제>는 다르다. 물론 변형된 형태지만 장르물의 틀을 갖고 왔고, 뻔한 멜로의 틀이나 가족극의 형태를 갖고 오지 않으면서도 시청률과 화제성,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다음 주부터 후속으로 이어질 <녹두꽃>은 그래서 SBS 금토드라마 편성시간대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으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줬던 정현민 작가와 <육룡이 나르샤>를 연출했던 신경수 PD의 사극인데다, 동학이라는 지금까지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가 기대를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열혈사제>는 여러모로 특이한 장르물이었다. 가상의 구담구를 배경으로 김해일(김남길)이라는 열혈 신부가 이 지역을 좌지우지하며 악행을 일삼는 구청장, 경찰서장, 검찰, 의원과 조폭을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 여기에 구대영(김성균), 서승아(금새록) 형사와 박경선(이하늬) 검사와 정체를 숨기고 있던 쏭삭(안창환), 김인경 수녀(백지원), 한성규(전성우) 신부, 요한(고규필) 같은 이들이 어벤져스를 꾸리며 김해일과 구담구에 정의를 세우는 과정을 담았다.



알다시피 구담구는 <배트맨>에 등장하는 고담시를 따온 것이고, 이곳으로 와 위기에 처한 성당과 구담구를 구해내는 김해일 신부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서부극 장르의 구조를 가져왔다. 하지만 <열혈사제>의 주 장르는 그런 액션 장르가 아니라 패러디 코미디였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되는 스릴러 장르가 아니라, <열혈사제>는 선명한 선악구도를 바탕으로 매 회 빵빵 터지는 패러디 코미디를 선사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패러디 코미디가 주는 즐거움이 드라마를 꽉 채워주었기 때문에 스토리의 다소 느슨한 전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한두 편 정도 못 봐도 쉽게 이해되는 스토리가 가능했고, 중간부터 들어와 봐도 마치 한 편의 액션 시트콤을 보는 듯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성격은 주말이 가진 특성과 잘 맞물리며 시청자들을 유입시켰다. 조금은 느긋하게 주말극을 보듯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막장이나 뻔한 가족드라마가 아닌 다른 걸 원하는 시청자들은 <열혈사제>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열혈사제>는 우리식으로 주말에 최적화된 장르물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열혈사제> 마지막회에는 ‘We will be back’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즌2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고 이것은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열혈사제>라는 작품의 특성상 사실 거의 모든 선택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남길이나 이하늬 그리고 김성균 같은 배우들이 시즌2를 함께 한다면야 최상이겠지만, 그게 되지 않더라도 다른 인물로 새로 꾸려 시즌2를 이어나가도 충분히 새로운 재미를 만들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많은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만큼 이들을 따로 주인공으로 세운 스핀오프도 충분히 가능하다. 마치 마블이 여러 캐릭터들을 고담시라는 공간으로 끌어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화하듯이, 주말 장르극의 틀 안에서 이런 다양화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거기에는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열혈사제>는 이처럼 작품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그 특유의 편성시간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장르’를 세웠다는 점에서 성공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만일 시즌을 거듭하는 다양한 형태의 연작들을 이를 통해 세워나갈 수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상파에서 주말하면 가족극을 떠올리는 그 선입견을 깨준 것만으로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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