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워도 마주해야할 진실, 그것이 ‘자백’의 메시지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최도현(이준호)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tvN 토일드라마 <자백>에서 최도현은 이제 자신에게 심장을 준 노선후 검사의 살인자로 추정되는 조기탁(윤경호)을 변호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대한 국방비리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정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도현은 그 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조기탁의 변호를 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도현은 심장을 기부한 이가 바로 노선후 검사이고 그 모친이 바로 진여사(남기애)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진여사가 최도현의 사무실에 보조를 자청해 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당시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진여사가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심장을 최도현에게 이식수술 해줬고 오래도록 아들의 죽음 때문에 힘겨워 했었다는 사실은 진여사가 최도현을 찾아온 이유가 될 것이었다. 그는 마치 아들처럼 최도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사실은 최도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계속 꾸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역시 노선후의 심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혹한 운명은 최도현이 그 심장의 주인을 살해한 조기탁을 변호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 조건으로 조기탁으로부터 받은 노선후의 사진기 메모리칩에는 이 국방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사진을 기춘호(유재명) 형사에게 보여주며 조기탁으로부터 받았다고 하자 그는 단박에 이 상황을 알아차린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그건 진여사에게 못할 짓이라는 것.

최도현이 진여사에게 이 사실을 밝히며 조기탁 변호를 허락해달라고 묻는 자리에서 진여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최도현의 진심을 이해한다. 이 사건의 진실과 많은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려 한다는 것을.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돼도 가슴으로 그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는 최도현에게 의사가 살인범이라고 해도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변호사로서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선후의 엄마로서 가슴 아픈 자신의 상황을 담은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님의 심장은 뭐라 하던가요?... 그 심장은 자신을 죽인 사람을 변호할 수 있다 하던가요?”



<자백>이 담고 있는 진실에 대한 갈증은 이처럼 급이 다르다. 그 진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진실을 위해 심장을 준 자의 살인범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실이 덮여지면서 희생당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국방비리와 연루되어 죽음을 맞은 차승후 중령, 그 진실이 덮여지면서 사형수가 된 최도현의 아버지, 그 비리를 캐다 죽음을 맞이한 하유리(신현빈)의 아버지와 진여사의 아들. 아마도 사건 현장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 길거리에서 살해당한 여성들까지... 진실을 마주했던 이들은 모두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자백>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좀체 쉽게 그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미치도록 궁금해 하는 최도현과 기춘호 그리고 하유리와 진여사의 진실에 대한 갈증은 그래서 갈수록 커져간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들과 점점 똑같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 드라마가 가진 동력이지만, 어쩌면 바로 이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가를 절감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차라리 포기하고픈 그 진상 규명이 어떻게 해야 비로소 밝혀지고, 또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를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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