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분노케 한 김치찌개집 미스터리 이런 집을 왜?

[엔터미디어=정덕현] ‘역대급 솔루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어 이대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충남 서산 해미읍성의 쪽갈비 김치찌개집 이야기다. 다리가 불편한 사장님을 위해 백종원이 제작진에게 부탁해 좌식 테이블을 입식 테이블로 바꿔주기로 했고, 주방 또한 일하기 좋게 리모델링을 해주기로 했다. 게다가 백종원은 서산 한우를 활용해 서울식 국물 불고기를 자신이 개발한 불고기판까지 선물하며 새로운 메뉴로 선보였다.

백종원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낸 서울식 국물 불고기를 맛본 사장님이나 김성주, 정인선은 모두 그 맛에 감탄했다. 고기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특제 소스를 찍어 먹으면 더 맛있고, 고기 육수가 흘러들어 점점 진해지는 육수에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 맛은 이 요리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장님은 너무 감사하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온 세상 복을 내가 다 받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 이상의 맛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그 후 일주일 동안 거의 연락두절 상태가 된 사장님의 반전 이야기가 전해지며 차갑게 얼어붙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백종원이 소개한 한우집에서 고기 가격을 조율하는 것조차 작가가 대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촬영 전날까지 연락이 없어 제작진을 곤란하게 만든 사장님이 나타났지만 음식 연습은 전혀 못한 상황에 백종원이 분노하는 모습이 담겼다. “오늘 불고기 처음 해보셨다면서요? 웃을 일이 아니다. 이거 다 돈이에요. 어렵게 알려드렸는데 한 번도 안 해보고 저거 오늘 닦았다면서요. 내가 바보입니까?”

예고편만 보면 다음 주 방영분에서 벌어질 어떤 상황들을 예상하게 된다. 김치찌개집 사장님은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 그랬을 테지만 제작진은 예고편에서 그 이유는 밝혀주지 않았다. 예고편만을 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무책임한 사장님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떤 오해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적어도 일주일 간 사장님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뜸했던 분노 유발 ‘빌런’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일까.



한 때 빌런들을 통해 시청률을 쌓아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런 상황들에 대한 연출을 다소 누그러뜨린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문제가 있어도 전반적으로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당연히 시청률도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골목을 살리겠다는 그 의도가 전면에 내세워짐으로써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 분노 유발 요소들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미스터리하게 느껴지는 건 이 문제의 김치찌개집이 어째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솔루션을 받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상 이 집은 지금껏 자력으로 뭘 한 게 하나도 없었다. 처음 등장부터 심각한 위생 상태 때문에 지적을 받았고(그건 사장님의 안좋은 무릎 때문이라고 했지만), 정인선과 백종원까지 직접 투입되어 식당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엉뚱하게도 신메뉴라며 만들어 내놓은 닭요리들은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백종원은 한 마디로 “맛없어요”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식당의 구조와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메뉴까지 모두가 프로그램이 지원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무언가 가능성이 있지만 부족한 한두 가지가 있어 거기에 대한 솔루션을 주고 그래서 식당을 살리고 나아가 골목상권까지 살린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아무 것도 자력으로 하는 게 없는 집을 선정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가게를 재오픈 시켜주는 걸까.

설마 방송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도 잘 걸맞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도 그리 잘 보이지 않는 집이 이 프로그램에서 기능하고 있는 건 결국 분노를 유발하는 방송 그 이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런 집을 왜 선정한 걸까. 백종원이 예고편에서 한 일갈이 아마도 시청자들이 하고픈 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바보입니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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