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강박증을 벗어야 ‘닥터 프리즈너’가 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치고받는 대결구도의 연속은 KBS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초반부터 강력한 몰입감을 만들어낸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8.4%(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했던 <닥터 프리즈너>는 3회 만에 가볍게 12%로 두 자릿수 시청률로 치고 나갔고 10회에 15.4%를 찍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드라마는 어쩐지 답보상태에 빠져들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점점 초반의 기세도 주춤하고 있는 것. 어째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이렇게 답보상태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초반 몰입감을 줬던 대결구도가 계속 반복되면서 일종의 ‘핑퐁게임’처럼 느껴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 구도는 초반 서서울 교도소의 헤게모니를 두고 선민식(김병철)과 나이제(남궁민)가 대결하는 방식이었고, 지금은 서서울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나이제가 태강그룹 총괄본부장 이재준(최원영)과 대결하는 방식으로 재연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결하는 방식은 너무나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나이제와 이재준이 대결하는 방식은 나이제와 선민식이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나이제는 이들의 비리가 담긴 증거를 확보해 그들을 압박하고 그들은 그 증거를 빼앗거나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나이제를 다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이제가 대결에서 이기는 그런 패턴이다.

나이제가 이재준이 지시한 교통사고 관련 비리 녹취 기록들을 정의식(장현성) 검사에게 넘기며 고소장을 접수해달라고 하자, 이재준이 정의식을 만나 ‘좋은 자리’를 미끼로 설득해 고소장 접수를 보류시키고, 오히려 나이제를 협박해 이재준이 주식을 빼앗지만 이는 또 이덕성 회장이 상해를 입고 입원하기 전 주식 전부를 정의원에게 증여하겠다는 계약서로 뒤집어진다. 정의원이 사망했기 때문에 주식은 공익재단으로 회수되고 주식관리는 이덕성 회장의 애널리스티인 한빛(려운)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것. 결국 이재준은 분노하고 나이제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방식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꽤 흥미진지한 대결의 양상이지만, 사실 나이제가 선민식과 초반에 했던 대결구도와 비슷한 양상이다. 즉 선민식이 친인척이 운영하는 하은병원과 결탁해 서서울교도소의 VIP 죄수들을 죄다 몰아주고 치부했던 비리의 증거가 되는 하은병원 투자자 명부를 나이제가 입수해 그를 압박하면서 보여줬던 방식과 유사한 것.

물론 <닥터 프리즈너>는 최근 방영분에서 이재준과 맞서기 위해 나이제가 선민식과 손을 잡는 전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태강그룹의 오너 자리를 놓고 이사회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VIP센터장으로 나이제가 선민식을 세워 이재준과 대결하는 구도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닥터 프리즈너>는 본래 하려던 이야기의 목표를 잃고 눈앞에 벌어지는 핑퐁게임에 깊이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본래 <닥터 프리즈너>가 하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흥미롭게도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보면 이 드라마는 ‘처절한 복수극’도 ‘메디컬 드라마’도 아닌 ‘성공드라마’이자 ‘성장드라마’다. 즉 어떤 정의를 세우는 인물을 그리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저들의 방식으로 저들을 짓밟으며 성공하는 인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기획의도를 보면 어째서 드라마가 치고받는 핑퐁게임을 반복하고 있는가가 이해되는 면이 있다. 거창한 정의 같은 메시지보다는 그 과정이 주는 ‘쾌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쾌감은 반복될 때 무뎌지기 마련이다. 비슷한 패턴의 주고받는 펀치들은 때론 상황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왜 이들이 이렇게 치열한 주먹다툼을 벌이고 있는지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으면 자칫 그저 복잡한 난타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점점 자극이 무뎌져 왜 싸우고 있는지도 애매모호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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