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 쏟아지곤 있지만 볼 건 없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사실 먹방도 관찰카메라도 뭐 잘못된 건 없다. 사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일 수밖에 없는 방송에서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소재다. 게다가 무언가를 관찰하고 되새기고 기억한다는 건 카메라의 본질에 가깝다. 그러니 카메라 일상의 시대에 방송이 관찰카메라를 트렌드로 내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은(Too Much) 먹방과 관찰카메라,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먹방과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만들어내는 피로감이다. 이제 거의 매일 방송을 틀면 음식을 먹는 장면들이 나오고, 스튜디오에 연예인들이 둘러앉아 찍어온 방송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멘트를 더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처음에는 시선을 잡아끌던 것이 점점 변별성 없이 비슷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식상해진다.

외국인 먹방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tvN <윤식당>과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이 한식을 맛보는 외국인들의 반응들을 흥미롭게 담아내면서다. 물론 그 이전에 이미 유튜브 등을 통해 영국남자 같은 1인 스타 유튜버는 이런 외국인 먹방을 몸소 보여주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윤식당>도 시즌을 거듭하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프로그램이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한식 먹방을 내보내면서 조금씩 식상해진 이 콘셉트는 tvN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에 이은 미국편, <미쓰코리아>, <스페인 하숙>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그 프로그램들의 안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요소들과 관전 포인트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스페인 하숙> 같은 경우 외국인 먹방이라기보다는 그들과의 교감과 소통, 위안과 위로의 정서가 더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소재적으로 볼 때 그것 역시 외국인 먹방의 요소를 갖고 있다 비춰질 수밖에 없다.



관찰카메라, 그 중에서도 연예인 관찰카메라는 이제 거의 모든 방송들이 채용하고 있는 방식이 되었다. SBS가 <자기야 백년손님>으로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를 실험하고, 그 후 <미운 우리 새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현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며 토크를 더하는 이 방식은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했다. 물론 MBC는 <나 혼자 산다>를 시작으로 여기서 진화한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시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신선했던 시도도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종편, 케이블까지 모조리 연예인 관찰카메라를 채용하면서 너무 비슷비슷해진 게 사실이다.

특히 이런 외국인 먹방과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홍수는 하나가 성공을 거두면 이를 쉽게 채용하는 방송사들의 ‘쉬운 선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tvN은 나영석 사단의 <윤식당> 같은 외국인 먹방이 큰 힘을 발휘하자 연달아 그 콘셉트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들을 내놓은 바 있고, SBS는 <미운 우리 새끼> 같은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가 성공하자 역시 유사 프로그램들을 다수 만들어 내놓은 바 있다. MBC 역시 <나 혼자 산다>의 성공은 여기에 매니저 콘셉트를 더한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로 이어졌다.

잘 되는 소재와 형식을 채용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비슷비슷한 소재와 형식들이 반복되어 쏟아져 나오면서 애초 처음 그런 시도를 했던 프로그램마저 금세 소비되고 특색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매주 쏟아져 나오지만 ‘볼 게 없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예능 프로그램들의 기획자들이라면 고민해야 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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