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보다 더 인기 많아진 매니저, 그 부담감 어떻게 풀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개그맨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이 4월 30일자로 SM C&C를 퇴사했다. 자연스럽게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박성광과 함께 임송은 하차하게 됐다. 갑작스레 나온 박성광과 임송의 하차소식은 <전지적 참견 시점> 팬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워낙 인기가 높았고, 뭘 해도 지지해주는 응원의 목소리도 계속 이어진 데다, 프로그램을 견인하는데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하차가 주는 충격 때문에 팬들은 다양한 추측들을 내놨다. SM C&C 측은 퇴사 소식을 전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려는 임송 매니저의 열정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말해 이 퇴사가 ‘본인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하지만 본인의 뜻이라고 해도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인해 갑자기 받은 뜨거운 관심과 주목이 임송에게는 꽤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임송은 처음 출연할 때부터 매니저를 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했고, 처음에는 운전조차 익숙하지 않았지만 연습에 노력을 더해 차츰 그 일에 적응을 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을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생겨났다.



임송은 방송에 나오자마자 화제가 됐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제 막 새내기로 취업한 청춘들의 초상처럼 보여졌고, 이를 지지하는 팬층이 생겨났다. 또한 이러한 임송을 미숙해도 지켜봐주고 안 챙기는 듯 은근히 챙기는 박성광의 따뜻한 인성이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인기는 동반상승했다.

지난해 말 MBC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기도 한 두 사람은 함께 광고를 찍을 정도로 대중적 관심이 높아졌다. 박성광은 “나보다 매니저가 더 인기가 많다”며 “매니저 덕에 광고도 찍는다”고 할 정도로 임송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드러낸 바 있다. 어찌 보면 연예인보다 더 인기 있는 매니저라는 상황은 <전지적 참견 시점>이 중요한 웃음의 포인트로 잡고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여겼지만 그건 의외의 방향에서 부담감을 만들었다. 즉 임송은 본래 자신의 꿈이 매니저였다는 점이다. 매니저란 결국 연예인의 뒤편에서 그를 빛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방송에 노출되면서 마치 연예인 같은 인기를 얻게 되자 그 매니저라는 직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도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할 정도이니 함께 다니는 박성광에게도 어떤 면에서는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임송의 퇴사와 프로그램 하차 소식은 그래서 <전지적 참견 시점>이 의외의 방향에서 만난 새로운 고민거리를 보여준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매니저가 부각되는 프로그램 콘셉트지만, 어느 순간 매니저가 지나치게 주목되고 어떤 면에서는 연예인보다 더 부각되는 상황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관계들이 부담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그 누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이 상황은 향후 그래서 <전지적 참견 시점>이 계속 앞으로 나가기 위한 중대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들어 연예인보다 보통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더 높아진 시청자들의 정서변화가 들어가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바로 그 지점을 잘 포착해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프로그램이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직업적 정체성의 흔들림은 의외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박성광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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