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된 금요일, 취향 따라 다양해진 프로그램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한때 지상파는 금요일을 버린 적이 있다. 물론 그 시간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금요일의 시청자들은 서서히 빠져나갔다. 불금에 집밖에서의 여가가 점점 많아지면서 금요일 밤 TV 앞에 앉는 시청자들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는 금요일에 다시금 투자하고 있는 모양새다. MBC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2를 금요일밤 9시50분에 편성함으로써 이어지는 <나 혼자 산다>와 하나의 블록을 만들어냈다. <나 혼자 산다>는 금요일 밤에 처음에는 소소한 듯 시작했지만 몇 년 전부터 전현무, 한혜진, 박나래, 기안84 같은 인물들이 하나의 팀을 꾸리게 되면서 시청률도 화제성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SBS <정글의 법칙>이 꾸준한 고정시청층을 갖고 있었지만 뜨겁게 화제가 되는 건 역시 <나 혼자 산다>였다. 그래서 여기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앞으로 붙여 공격적인 금요일밤 공략에 나서게 된 것.



SBS도 이 금요일 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정글의 법칙>을 토요일밤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열혈사제>로 드라마 편성을 시작하면서다. 무려 22%(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낸 <열혈사제>는 금요일밤 SBS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편성 이미지를 굳혀주었다. 이어지고 있는 <녹두꽃>은 무거운 동학을 소재로 하고 있어 시청률은 다소 낮지만 SBS 금요드라마 편성 시간대에 대한 인식 등으로 탄력을 받을 경우 괜찮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지상파들이 다시 금요일 공략에 나서면서 이 자리를 차고 들어왔던 tvN이나 JTBC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tvN은 지상파의 빈틈을 타고 금요일 밤을 차지해 강자가 됐던 전적이 있다.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낸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과 신원호 PD의 드라마가 금요일에 편성되면서 이 시간대에 대한 tvN의 지분을 확실히 만들어낸 바 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스페인 하숙>이 무려 11%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이제 그리 놀라지도 않는 상황은 이러한 tvN의 금요일밤 시간대의 공고함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tvN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나영석 사단에 맞춰진 프로그램들이 힘을 얻다 보니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사이의 빈틈들은 문제로 지목된다. 나영석 사단 이외에도 그 자리를 담보할 수 있는 스타급 후배 PD가 등장해야 한 시름 놓게 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영석 사단에 집중되다 보니 너무 여행과 먹방, 쿡방에 맞춰진 포맷들도 tvN 예능 프로그램의 어떤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JTBC 역시 고충이 적지 않다. 지상파가 맹공세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금요일 밤 9시 대에 편성되곤 했던 음악 예능들 이를테면 <비긴 어게인> 같은 프로그램들은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슈퍼밴드>처럼 완성도도 높고 화제성도 좋은 프로그램이 겨우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어느새 격전지가 된 금요일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금요일을 이렇게 다시 방송사들 간의 최대 격전지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TV를 보는 방식에 있어서 ‘선택적 시청’이 점점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찍이 지상파가 손을 놓았던 금요일을 tvN과 JTBC가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건 타깃층들의 보다 적극적인 ‘선택적 시청’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누리던 플랫폼 헤게모니의 시절에 ‘틀어 놓는 시청률’은 금요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선택적 시청을 하는 비지상파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

이제는 이러한 ‘선택적 시청’이 지상파, 비지상파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돌입했다. 지상파라고 해도 그저 ‘틀어 놓는 시청률’은 이제 별로 없고 의미도 없게 된 것. 따라서 지상파 역시 콘텐츠로 금요일 밤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그 성과는 나쁘지 않다. 이로써 금요일 밤은 주중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대가 되었다. 지상파, 비지상파 구분 없이 취향 따라 다양하게 골라볼 수 있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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