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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들뜨게 만드는 유재석, 느리지만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19-05-07 16:27 ]


‘유 퀴즈’, 유재석 이제 시민들과 호흡하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무한도전> 종영 이후 유재석의 다음 코스는 무엇일까? KBS <해피투게더>가 여전히 시즌4까지 방영중이지만 <해피투게더>의 인기는 많이 빛바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유재석이라는 카드를 놓지 못하고 미적미적하는 듯하다. 그 사이 <해피투게더>는 JTBC 드라마 [SKY 캐슬] 배우들을 데려올 정도라야 반짝 빛나는 심심한 예능프로가 되고 말았다.

한편 SBS <런닝맨>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런닝맨> 역시 한때 종영 위기를 맞을 뻔했다. 하지만 유재석을 주축으로 지석진, 하하, 송지효, 이광수 등의 원년멤버에 전소민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았다. 더구나 <런닝맨>은 유재석의 장점이 도드라지는 예능이다. 사람들과 토크로 융합되면서도 몸으로 뛰고 달리는 활기찬 분위기를 북돋는 이 MC의 재능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이 유재석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다. 강호동처럼 너무 시끄럽거나 신동엽처럼 센스 있게 야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유재석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에게는 유쾌하게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에너지가 팡팡 솟는 좋은 친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진행자인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이후 유재석이 뛰어든 프로그램의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특히 JTBC <요즘애들>은 유재석과 ‘요즘애들’간의 소통을 예능 안에 담으려 한 아이디어 외에는 준비가 없어 보였다. 이 프로의 빈틈을 모두 최고의 진행자 유재석이 메워줄 거라 안일하게 기대했던 것일까? 하지만 유재석과 ‘요즘애들’의 호흡은 썩 좋지 않았다. 요즘애들은 유재석을 좋아하지만, 유재석은 친근한 분위기를 더욱 친근하게 만드는 진행자다. 유재석이 맨땅에 헤딩해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는 아닌 것이다. 그 때문에 <요즘애들>은 계속해서 패턴만 바꿨을 뿐, 유재석과의 특별한 시너지 효과는 내지 못했다.

반면 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무한도전> 이후의 유재석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예능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무한도전>처럼 엉뚱하지도 <런닝맨>처럼 질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동안의 유재석을 떠올리면 너무 느릿느릿한 거북이 예능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느릿한 흐름에 녹아들다 보면 희한하게 그대로 빠져든다. 마치 동반자와 함께 익숙한 동네의 뒷골목을 다니다 동네 어르신이나 꼬마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이제 유재석의 경쟁자는 <한국인의 밥상>의 최불암이나 <동네 한 바퀴>의 김영철이 되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유 퀴즈 온 더 블록>는 그간의 유재석이 쌓아온 인덕, 즉 일반 시민들과의 친밀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방식이다. 대중들은 유재석을 사랑하지만, 그것은 정우성이나 엑소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대중들이 유재석을 사랑하는 까닭은 텔레비전에 나오지만 밝고 겸손한 친구 같아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유재석은 이 흐름에 본인을 맡기고 낯선 시민과의 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다그치거나, 억지로 캐묻지 않고, 상대방이 수줍으면 수줍은 대로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호감MC 유재석 앞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은 무장해제 되어 일상의 꼭꼭 숨긴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기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실은 유재석과 조세호가 내는 상식문제 퀴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가 그냥 스쳐지나간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숨은 인생 퀴즈를 함께 알아맞히는 그런 프로그램인 것이다. 타인의 삶에는 물음표가 있다, 그리고 귀 기울이면 그 삶의 물음표를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널리 퍼뜨리는 수다스러운 스피커 역할을 한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해 가는 중이다. 어느새 그는 예능프로그램 스튜디오에서 이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어찌 알겠는가? 20년 후쯤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되어 방방곡곡 전국민을 만나는 유재석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게 될지.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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