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가 더욱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는 몇 가지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낚시라는 아저씨의 레저를 대중예능으로 풀어낸 점, 두 번째는 해외축구나 만화, 게임, 1인 방송 등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 젊은 남성의 하위문화를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 문법으로 담아낸 점, 그리고 잔잔한 목요일 밤에 그것도 예능으론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널A’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반란을 일으켰다는 점 등등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시청률이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평균 4%대는 안정적으로 기록하던 시청률은 점진적인 하향세를 그리더니 2%대로 내려앉았다가 최근엔 1%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런 사이 TV조선의 <미스트롯>은 18%까지 치솟았고, 심지어 <해피투게더4>나 ,<가로채널>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에서 꼴찌로 내려앉았다. <미스트롯>이 종영한 덕분에 3%대를 회복했지만 문제는 외부효과에 이토록 취약할 만큼 코어 시청자들이 흔들린다는 데 있다. 이는 <미스트롯>의 경이로운 시청률과 반비례한 성적과 함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라진 <도시어부>관련 반응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익숙함, 출연자 이탈과 교체, 비수기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낚시터의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그림을 보여주고, 낚시의 묘미를 전달하면서, 낚시꾼들의 티격태격하면서 허세와 견제가 판을 펼치는 그림이 이 프로그램만의 맛이다. 그런데 낚시를 하자고 시작한 방송이 어느 순간 일반적인 예능의 접근방식을 따른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게스트와 자막과 편집에 대한 의존도나 지지난 방송에서 이경규가 토크와 웃음 분량을 분담하기 위해 장도연을 데려왔다는 설명들이 그런 예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낚시보단 방송을 위한 계산이 앞선 셈이다.

그러다보니 자막과 편집은 ‘텐션’을 강조하지만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던 활기가 떨어지고,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축소된다. 막상 보면 보지만, 찾아보지 않게 된다. 이덕화나 이경규, 마닷이나 이태곤, 박진철 프로 등이 함께했을 때 재밌는 이유가 실제로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작진이 꾸려준 무대에서 신나게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의 연장인지라 힘든 촬영환경은 문제되지 않는다. 게다가 연령이나 선후배보다 낚시라는 공감대를 통해 세대와 경력을 넘어선 소통을 한다. 이경규가 누군가와 티격태격할 때 나오는 캐미스트리나 한참 어린 동생들에게 구박당하면서도 동료의식과 애정을 갖는 건 함께 낚시하면 재밌는 필요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닷의 하차와 큰 그림을 그리는 이태곤의 이탈 이후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낚시를 다니는 듯한 재미를 살짝 잃게 됐다. 낚시에 관심이 있다거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낚시인들이 공감할만한 경험이 없어도 빠져드는 이유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와 일종의 대리만족의 정서인데, 낚시의 재미가 감소하고 게스트의 개성에 의존하는 방송이 계속되니 매주 따라다닐 만한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도시어부>의 초심은 덕질이다. 이런 형식의 예능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심지어 방송을 하면서 하루 종일 낚시를 할 수 있다는 환상적인 현실에 출연자들은 행복해했다. 그 정서가 TV를 통해 전해졌고, 많은 시청자들이 그로 인해 낚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처음으로 돌아가기보다 방송의 논리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토크의 합을 따지고 역할을 분배하려고 한다.



<도시어부>는 이경규가 얼마나 신이 나는지에 따라 재미와 웃음의 순도가 달라진다. 이번 주는 친분이 깊은 이만기가 나와서 이경규를 괴롭히고 전갱이가 쑥쑥 올라오자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나 낚시가 중심이 되지 않는 편은 아무래도 분노에 휩싸인 이경규의 캐릭터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다보면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낚시 예능에서 이런 텐션 일변도의 편집은 또 하나의 불편을 가져올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무용한 비판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시어부>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선 해외 출조 같은 그림이나, 열심히 하는 자세보다, 낚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분위기와 손맛의 대리만족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취미로 하던 낚시로 방송까지 하게 된 즐거움이 <도시어부>의 출발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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