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2’, 천호진 캐스팅에 담긴 믿음에 대한 질문

[엔터미디어=정덕현] 천호진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우리에게는 주로 아버지 역할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의 이성계 역할에서는 이방원의 아버지로서 강인한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황금빛 내 인생>에서의 서태수 역할에서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희생하며 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런 그에게 대중들은 ‘국민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에서의 천호진은 소름끼치는 사이비 최경석이라는 문제적 인물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최경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헛된 믿음, 즉 사이비에 빠져드는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서울역>, <부산행>, <염력> 같은 작품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감독으로 맹활약하는 연상호 감독이 사실상 이름을 알리게 된 <사이비>라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워낙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구해줘2>는 수몰예정지구로 지정되어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는 월추리 사람들이 차츰 최경석이라는 인물에게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경석의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다가와 사실은 사람들의 약한 구석을 파고드는 그 섬뜩함은 이 드라마의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천호진은 월추리에 들어와 그 마을 분위기를 읽어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그 장면 하나로 최경석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면을 부각시켰고, 법을 공부했다며 개발을 놓고 벌어진 분쟁 속에서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의지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진짜 괜찮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 드는 지점에 저도 모르게 슬쩍 드러나는 속내는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불안해진 월추리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와 은근슬쩍 개척교회 운운하며 속내를 드러낼 때, 마침 그 곳에 빈 창고를 내주겠다는 이야기에 최경석이 뒤돌아서 미소 짓는 장면이 그렇다. 또 이 월추리의 개척교회로 오게 된 성철우 목사 앞에서 “모든 게 주님의 뜻”이라고 말하면서 최경석이 다리를 떠는 모습도 그렇다.



심지어 목사지만 어딘지 유약해 보이는 성철우마저 조금씩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최경석의 존재감은 마치 뱀의 혀를 가진 악마의 분신처럼 보인다. 도무지 교회가 될 것 같지 않은 창고가 그의 제자들의 도움으로 함께 땀 흘려 교회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성철우는 최경석에 대한 남다른 신뢰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제자의 등에 어딘지 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문신을 병률(성혁)이 보고 의아해하는 모습은 그들 역시 최경석과 같은 사이비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조금씩 최경석이 이 마을에 들어온 속내가 드러나는 가운데, 그것이 결국은 이 수몰예정지구의 주민들이 받게 될 보상금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애초 그의 선의처럼 보였던 행동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최경석이 더 많은 보상금을 타게 하려 노력했던 건 알고 보면 자신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던 것이 아닐까.



천호진을 사이비인 최경석이라는 인물로 캐스팅한 건 그래서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선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를 보여 왔기 때문에 그가 보여주는 사이비로서의 행보들은 더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최경석이라는 문제적 인물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천호진의 연기를 통해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스팅 자체가 드라마가 말하려는 믿음과 배신, 진짜와 가짜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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