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제패한 ‘기생충’, 누가 뭐래도 대단한 성과인 이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최광희 기자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대한민국 언론의 호들갑에 ‘일침’을 놓았다는 글을 찾아서 읽었는데, 굳이 이렇게 정색하고 할 말인가 싶다.

일단 영화제가 올림픽이 아니라는 말은 부인할 생각이 없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은 세계1등 영화제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인증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그 해의 심사위원들이 황금종려상을 주고 싶었던 영화라는 뜻이다. 이건 심지어 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불멸이 걸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요새 누가 롤랑 조페의 <미션>을 걸작이라고 생각하는가. 반대로 보면 영화사엔 상복이 없는 걸작들이 얼마든지 있다. 세계 최고 영화의 1,2위를 다투는 <시민 케인>, <현기증>을 보라.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매드 맥스>는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리스트에 오르지만 이들의 상복도 대단치 않다.

영화제는 축제이다. 경쟁을 하고 순위를 매기는 건 축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수많은 영화인들이 수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어울리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홍보하고 영감을 얻는다. 만약 <기생충>이 상을 타지 못했다고 해도 이 과정 중 얻은 게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한 건 아니었지만 <기생충>은 올해 칸에서 가장 사랑받은 영화 중 하나였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아도 대부분 수긍하는 결과였다. 이건 여전히 대단한 일이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것을 갖고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는 주장은 과하다. 칸은 여전히 프랑스 무대가 아니라 세계 무대이고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하나의 허들을 넘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봉준호 개인의 성취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 영화계가 거둔 성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성취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떠들어야 한다.

국내 언론의 호들갑엔 당연히 ‘국뽕’이 섞여 있겠지만, 왜 우리가 여기에 냉정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생충>은 한국인 예술가가 한국 사회를 소재로 만든 한국어 영화이다. 한국어 문화권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여기에 더 반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다. 왜 우리의 작품의 성취에 우리가 그렇게 객관적이 되어야 하는가? 그게 가능하긴 할까? 우리는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관객이다.

최광희 기자는 <어느 가족>,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관객 홀대를 예를 들며 국뽕이 차야만,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아야만 움직이는 언론을 지적했다. 이 비교는 옳지 않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은 업계 내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흥행이 나쁘다는 말이 돌긴 하지만 위에 언급된 두 영화의 국내 흥행성적은 결코 나쁜 편이 아니다. 아트하우스 영화의 흥행기준으로 10만 전후는 만족스럽다. 볼 사람들은 다 본 것이다. 그리고 <기생충>은 외국에선 아트하우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절대로 마이너가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이 만들었고 가장 평판 좋은 스타들이 출연한 메이저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이상, 하나의 영화가 국내와 국외에서 다른 식으로 소비되는 건 그냥 당연하다.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도 종종 이런 허들에 넘어지곤 한다. 미국에선 대메이저인 <스타 워즈> 시리즈가 국내에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이 걸리는 컬트가 아니던가.



언론이 올해 칸에서 상영된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당연한 비중으로 언급되었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단 한 번도 타란티노의 신작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이상한 진술이 아닐까? 모든 영화들이 한국 영화 백 년이 되는 해에 첫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영화처럼 한국 매스컴에서 언급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역시 칸 영화제의 이득을 본다. 예를 들어 <기생충>과 함께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였던 셀린 시아마의 <불타는 여인의 초상화>는 곧 국내에 수입될 것이고, 지금까지 괴상할 정도로 소개가 늦었던 시아마의 첫 한국 수입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생충>의 미래 관객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수많은 관객들이 찾을 것이다. 이건 좋은 일이다.

<기생충>에 대한 반응을 갖고 한국 영화를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한 동안 <기생충>으로 상영관을 채울 것이고 적어도 첫 몇 주 동안은 다른 영화를 보는 게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상영관 몰이의 일반론과 연결되어 유익한 토론과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역사상 첫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영화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하는 말이 되지는 않는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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