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 어째서 기대만큼의 몰입이 안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상고사를 다룬다는 건 그만큼 부담되는 일일 게다. 지금껏 다뤄진 적이 없는 데다 역사 이전의 시대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신화와 전설을 근거로 상상력의 밑그림을 그려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만을 펴기도 어렵다. 이들이 상상해 그려내는 상고사의 그림이 어쩌면 우리네 역사 시대를 여는 전사의 풍경을 담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tvN 새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그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래서 <아스달 연대기>는 첫 회에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가져와 뇌안탈과 아스달족과의 전쟁을 담았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 속에 들어가지만 끝까지 쑥과 마늘을 먹으며 버텨낸 곰이 인간으로 환생하는 단군신화의 이야기는, 호랑이 토템인 뇌안탈과 곰 토템인 아스달 간의 전쟁으로 구현된다. 곰의 탈을 쓴 아스달 산웅(김의성)의 동맹 제안을 호랑이 호피를 두른 뇌안탈 라크느루프가 거절하는 대목이다.

엄청난 힘과 속도, 공격 능력을 가진 뇌안탈과 아스달이 손을 잡으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산웅이 제안하자, 라크느루프는 묻는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산웅은 재배와 경작을 통해 풍요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콩, 보리, 수수, 쑥, 마늘을 보여주며 그것을 경작하는 문명을 이야기하지만, 뇌안탈은 거절하며 특히 “쑥과 마늘은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짧게 다뤄진 이 한 시퀀스는 <아스달 연대기>가 가진 부담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픈 이야기들을 모두 보여준다. 그 시퀀스 안에 단군신화가 엿보이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문화인류학적으로 피력해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종을 무너뜨리고 유일한 승자가 됐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게다가 그 강력한 뇌안탈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그들만 걸린다는 돌림병을 이용한다는 대목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사혼(추자현)이 가져간 손시시(선물)를 통해 그 돌림병을 전파해 간단하게 그들을 무력화시킨 후, 불화살로 모조리 태워버린 것. 문명의 충돌에서 누가 왜 살아남고 사라졌는가를 추론하는 문화인류학적인 연구들이 찾아낸 그 요인들이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아스달족이 뇌안탈을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결국 사피엔스로 대변되는 아스달족이 살아남은 건 ‘신화’와 ‘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되지만 실상은 모략이 포함된 지략과 더 거대한 욕망 때문이라고 이 드라마는 첨언하고 있다.

이처럼 <아스달 연대기>는 그 시작점에서부터 인류사를 건드리는 무거움을 안고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인류사의 해석들을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로 구성해내는 부분은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스달 연대기>가 문화인류학 보고서가 아니라 하나의 드라마라는 점이다. 머리로는 흥미롭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가슴을 뛰게 하고 감정을 휘어잡아 만들어내는 몰입감이다.



워낙 기대감이 높은 작품인데다, 상고사를 다룬다는 부담감은 첫 회에 너무 거대한 이야기로 접근한 느낌이 있다. 물론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그 시공간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경설명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그것으로 단군신화 같은 모티브를 가져오는 건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거대한 신화 모티브를 가져오면서 동시에 몰입해야할 인물의 감정 선을 살려놓는 일은 더 중요할 수 있다.

요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움직이는 스토리여야 상고사라는 다소 낯선 시공간의 이야기 또한 지금의 대중들에게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첫 회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대보다 몰입감이 덜한 면이 분명히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 주인공인 은섬(송중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2회에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도 몰입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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