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였어요. 처음이었거든요. <결혼해주세요>라는 작품이었는데, 신인도 아니었고 작품 활동을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물론 잘하는 연기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뜬금없이 연기력 논란이라는 기사가 나오니까, 제겐 굉장히 치명적이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일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것 같아요. 그 후부터 좀 더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게 됐던 것 같고요.”

- Story on <이미숙의 배드신>에서 오윤아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에 모든 걸 다 감수해야 옳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너무 창피하고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술을 잘 못하는데 와인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못자는 거예요. 그리고 또 대본을 봐요.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랬어요.” 지난 달 초 KBS2 <여유만만>‘여배우 50년을 말하다!’ 편에서 오윤아가 눈물을 글썽여가며 연기 지적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했을 때 ‘글쎄? 오윤아의 연기가 논란을 불러왔던 적이 있었나?’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내 최정상의 레이싱 모델로 시선을 모으다 2004년 SBS <폭풍 속으로>에 전격 캐스팅 되어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대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던 건 두 번째 작품 KBS2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다. 이 작품에서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를 연상시키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등장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 후 SBS <연애시대>에서도 주인공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 사이의 방해꾼으로 나와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냈었다. 당시 극중에서 자신의 아이(진지희)를 앞세우는가 하면 동진의 집 가까이로 이사까지 오는 등, 사랑 앞에 물불을 안 가리는 이기적인 행보를 보이는 바람에 주인공들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라던 시청자들로부터 꽤나 미움을 샀던 기억이 난다.

하기야 전작인 SBS <그 여자>에서도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이지 않았나. 그러나 역할이야 호감어린 시선을 보내기 어려웠다 해도 연기력이 뒤쳐진다는 생각은 든 적이 없건만, 오히려 외모 때문에 특혜를 받았다는 선입견을 떨치기에 충분한 연기라고 여겼는데 웬걸, 연기 논란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니.

‘대체 언제지?’하고 궁금해 하던 차, 마침 3일 방송된 Story on <이미숙의 배드신>을 통해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눈물어린 고백에 따르면 연기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시기는 바로 KBS2 주말극 <결혼해주세요> 출연했을 때라고 한다. 불안정한 연기력과 목소리에 실망했다는 신랄한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보도 때문에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다는데 <결혼해주세요>를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나로서는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지적이었다. 오윤아가 연기한 ‘김연호’라는 인물은 속물스럽게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마음 여린 구석도 있는 삼십대 중반의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까탈스럽고 똑 부러진 성격을 나름 잘 살려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순간 내가 직접 목격했던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진면목이 떠올랐다. <결혼해주세요>의 인기가 한참 상승세를 탈 무렵의 일이다. 제작진과의 인터뷰 약속 때문에 녹화 현장을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외부 촬영 일정이 다소 늦어지는지라 스튜디오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호기심이 발동해 스튜디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문제의 장면과 마주쳤던 것.

극중 백일섭, 고두심 부부의 딸로 나오는 오윤아가 대기실이 아닌 극중 자신의 방, 즉 세트에 남아 홀로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스튜디오로 들어서기 전 연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담을 나누는 대기실 앞을 지나쳐왔던 터라 살짝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불 꺼진 을씨년스러운 세트에서 청승맞게 왜 혼자 저러고 있나 싶어 몇 발자국 더 다가가 보니 실제로 눈시울을 붉혀가며 몰입 중이었다. 워낙 화려한 외모 탓일까? 연습은 뒷전일 것 같은 이미지였기에 그처럼 심사숙고해 가며 노력하는 모습이 의외로 느껴졌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어머니 역의 고두심 씨까지 가세해 합을 맞추는 장면이 하도 보기 훈훈해 한참을 뒤에서 지켜봤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신인도 아니고 이미 열 작품 이상, 시트콤에서 일일극이며 미니시리즈, 주말극까지 두루 다 섭렵해본 연기자의 그처럼 배역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에 어찌 칭찬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나.

연기 지적에 대한 기사가 나온 다음이었을 수도 있고 그 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노력하는 자세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연기자가 아닐까? 오윤아 그녀가 앞으로 기회를 만들 줄 아는, 자신만의 색을 지닌 연기자가 되길 바란다는 선배이자 MC 이미숙 씨의 조언대로 이젠 자신을 향한 혹독한 채찍질보다는 한숨 쉬어갈 줄 아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Story o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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