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의 새 판도, KBS↑, MBC→, SBS↓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봄밤>에 이어 <검법남녀2>가 월화에도 9시에 편성되면서 MBC 드라마의 9시 편성이 본격화됐다. 아직 초반이지만 MBC의 이런 공격적인 편성 전략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까. 일단 액면으로만 보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10시에 지상파 3사가 모두 출혈경쟁을 해왔던 걸 떠올려보면 그 시간대를 버리고 9시로 들어온 MBC 드라마는 최소한 ‘기본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청률을 보면 수목에 편성된 <봄밤>은 6.4%(닐슨 코리아), 월화에 편성된 <검법남녀2>는 6.6%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높은 수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능성이 없는 수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이 시간대 편성을 반기는 눈치다. 시청률은 작품이 보여주는 성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10시에 몰려 있는 드라마 편성에서 한 시간을 당겨 놓은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제가 집중될 만한 굵직한 드라마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MBC의 이런 다소 공격적인 편성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tvN과 JTBC가 모두 소소한 멜로에 빠져들면서 힘이 빠져 있는 것도 큰 원인이다. tvN <어비스>는 판타지를 섞은 멜로지만 너무 과한 판타지 설정이 오히려 힘을 빼는 드라마가 됐고, JTBC <바람이 분다>는 애초 감우성, 김하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연성 없는 전개로 시트콤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로 종영한 <그녀의 사생활>도 덕질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평이하고 뻔한 멜로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며 소소하게 끝나버렸다.

지상파가 비지상파 드라마들에 의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그나마 힘을 발휘했던 방송사가 SBS지만, 어찌 된 일인지 최근 들어 SBS 드라마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월화에 들어온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4% 시청률에 머물고 있고, 수목에 편성된 <절대그이>는 겨우 2.9%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최근 편성된 SBS 드라마들이 그만한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MBC 드라마의 9시 편성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MBC 드라마가 9시로 빠지면서 10시대 드라마 경쟁은 KBS와 SBS가 하게 됐는데, 결국 그 수혜는 KBS가 가져가버린 양상이다. 그간 가장 약세를 보이던 KBS 드라마는 MBC의 9시 편성 이동과 함께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월화에 편성된 <퍼퓸>은 7.2%, 수목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은 8.4%의 시청률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10시에 격돌할 때는 삼파전이 가진 복잡한 구도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9시 드라마로 MBC가 빠져나가면서 이제는 SBS와 KBS의 양대 대결로 그 구도가 단순해졌다. 플랫폼 인지도가 아직까지는 높은 KBS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있는 드라마만 세워도 훨씬 우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내고 있는 것.

물론 이런 구도는 어떤 작품이 편성되느냐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소한 멜로드라마들이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걸쳐 방영되고 있는 현재, 편성과 플랫폼 자체의 힘으로만 보면 MBC의 9시 드라마 편성은 의외로 KBS드라마에 수혜를 갖다 준 것으로 보인다. 그게 언제까지 계속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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