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그이’, 여진구·방민아 로맨스만 집중해서 본다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수목드라마 <절대그이>는 완벽한 연애로봇이 남자주인공인 로맨스물로 와타세 유우의 만화가 원작이다. 2008년 후지TV에서 제작한 <절대그이>는 큰 인기를 끌었고, 2012년에 방영한 대만판 <절대달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만판 <절대달령>에는 구혜선이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절대그이>는 평범한 여성 앞에 완벽한 꽃미남 연애로봇이 배달된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연애로봇은 마론인형의 남친 같은 완벽한 외모에 ‘여자친구’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여주인공은 이 연애로봇과 함께하면서 인간 남자의 사랑보다 더 순정적인 연애로봇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도 진즉에 <절대그이>를 리메이크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한국판이 나왔다.



그 사이 한국에서도 많은 로봇들이 나타났다. 2015년에는 영화 <로봇, 소리>가 개봉했다. 2017년 겨울에는 MBC <로봇이 아니야>, 2018년에는 KBS <너도 인간이니?> 같은 로봇 혹은 로봇 설정의 주인공들이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결과는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썩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최근 방영중인 SBS <절대그이>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 빅 히트를 친 콘텐츠를 리메이크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한국에서 연애로봇의 인기는 로봇청소기의 인기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듯하다.

사실 SBS <절대그이>는 일본판이나 대만판과는 좀 설정이 다르다. 한국판 <절대그이>의 주인공의 모델명은 제로나인, 즉 영구(여진구)다. 주인공의 이름만 봐도 <절대그이>가 로맨스보다 ‘병맛’스러운 코믹 비중이 더 높다는 게 드러난다. 또한 영구의 행동패턴은 완벽한 꽃미남 로봇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해 부담스럽게 여자친구에게 잘해주려고만 하는 ‘연애XX’ 캐릭터에 가깝다.

이 때문에 극 초반 엄다다(방민아)는 영구에게 끌리기보다, 영구의 태도에 어이없어하고 황당해한다. 더구나 엄다다는 어쩌면 기계인간 연애로봇보다 더 완벽한 살아 있는 꽃미남 톱스타 마왕준(홍종현)의 연인이다. 하자만 마왕준과의 이별 후에 엄다다는 점점 영구에게 마음이 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안타깝게도 <절대그이>의 스며있는 ‘병맛’코드의 유머감각은 헛웃음은 나와도 진짜 웃기지는 않는다. 유머의 패턴이 유치해서 이 작품이 드라마인지 시트콤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것도 기능 딸리는 1세대 로봇청소기 같은 묵은 감각 시트콤. 여기에 이야기의 흐름이나 편집 역시 이상하게 맥이 끊긴다. 여주인공 엄다다와 연애로봇 영구의 서사 외에 주변 서사는 무언가 날림으로 쓴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까닭에 <절대그이>는 집중해서 보다가도 황당한 전개 앞에서 내가 왜 이걸 왜 보고 있나, 하는 자괴감을 주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렇지만 <절대그이>에는 놀랍게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절대그이>는 점점 사랑에 눈 떠가는 연애로봇(여진구)과 엄다다의 감정선을 꽤 사랑스럽고 달콤하게 그려낸다. 로봇의 딱딱한 사랑이 아니라, 정말 처음 사랑에 눈 떠가는 남녀의 사랑을 지켜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 로맨스 구도에서 주인공 영구 역시 바보로봇이 아니라 진지한 연애로봇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여진구는 또래의 아이돌스러운 젊은 꽃미남 배우군에 비해 어떤 캐릭터든 묵직하게 연기해 내는 장점이 있다. 비록 전작 <왕이 된 남자>의 광해군 하선의 매력적인 분위기가 금방 휘발되어 아쉽지만, 여진구의 연애로봇 연기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절대그이>에서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는 로봇과 사람이 아닌, 존재와 존재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순간의 빛나는 순간들을 동화처럼 포착해낸다.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로맨스다. 그건 분명 이 드라마가 지닌 장점임에는 틀림없다.

허나, 그 반짝이는 순간들은 드라마 한 회 분량에서 대략 20분 남짓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두 사람의 로맨스 타임이 지나면 금방 빛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괴감 없이 <절대그이>를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은 자질구레하고 유치한 장면은 스킵하는 것이다. 드라마에 집중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게 오히려 더 즐거울 수 있다. 그러고 난 뒤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장면만 집중해서 보자. 그렇다면 <절대그이>는 괜찮은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더구나 언젠가 어느 날이던가 우리도 완벽한 연애로봇이 아니라 영구처럼 뻣뻣하게 연애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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