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이정재의 생존과 야망... 이런 미드 같은 몰입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새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첫 방부터 어딘가 심상찮다. 첫방 시청률이 4.4%. 지금껏 JTBC 드라마 첫 방 시청률 최고 기록이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는 송희섭(김갑수) 의원실 수석 보좌관 장태준 역할로 배우로서의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민아는 대한당 당 대변인 강선영 역할로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였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두 사람의 복합적인 관계구도다. 둘은 비밀연애를 나누는 사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대립관계에 놓여 있다. 즉 강선영 의원은 대한당 국회의원 조갑영(김홍파)과 러닝메이트지만, 장태준은 그 조갑영과 당내에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는 송희섭 원내대표의 수석 보좌관이다. 정치적 역학관계 안에서는 적일 수 있는 관계지만, 사적으로는 연인 관계인 것.

그런데 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서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러닝메이트나 의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만의 야망을 갖고 있다. 강선영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에 당대변인까지 맡게 되었지만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조갑영 의원이 그를 밀어내려 한다. 강선영은 어떻게든 이 난관을 이겨내고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재선 의원이 되고자 한다. 장태준은 지금 송희섭의 보좌관 역할을 하며 제 손에 피를 묻히고 있지만 그것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그가 감당하고 있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이 저마다의 야망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서 있어도 연합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즉 조갑영 의원이 송희섭의 선거 비리 증거를 터트려 그를 무너뜨리려 하자, 송희섭의 보좌관 장태준은 조갑영 의원의 정치자금 후원 비리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강선영은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조갑영 의원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장태준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조갑영은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다.

장태준과 강선영의 복합적인 관계는 첫 방의 흥미진진한 전개를 만들기도 했지만, 향후 이 정치판이 얼마나 예측 불가의 복마전이 될 것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즉 이 판에서는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관계가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다는 것. 어제의 적은 오늘의 아군이 되기도 하고, 지금의 친밀한 관계는 향후 어떤 상황을 맞이하면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좌관>의 이야기는 단순한 정의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 안에서 저마다의 야망들이 부딪치는 그 역학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순식간에 제 입지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그 곳에서 치열한 생존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태준이라는 캐릭터에 몰입감이 생겨난다. 단순 선악구도나 정의구현의 문제가 아닌 야망에 대한 집중. 이러한 미드에서 많이 등장하는 몰입감을 우리네 드라마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보좌관>은 지금껏 JTBC 드라마가 일정하게 추구해온 방향성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밀회>, <품위있는 그녀> 그리고 까지 일관되게 담겨진 사회현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보좌관>의 그 정치판 이야기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연 <보좌관>은 첫 회의 몰입감 그대로 JTBC 드라마의 새로운 기록을 써낼 것인가. 자못 기대되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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